(재)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11년 만에 조직을 개편했다. 2015년부터 유지해 온 4팀 체제의 개편을 통해 민관 협력과 관광객 경험, 전략 홍보 기능을 강화했다. 개편안은 오는 8월 3일부터 시행된다. '2027~2029 한국방문의 해'를 앞두고 조직과 업무를 다시 맞추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앞으로 방문위가 어떤 사업으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인지다.
방문위는 정부와 관광업계,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을 연결해 한국 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조직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국가 관광정책을 뒷받침하며 국내외 관광 마케팅과 관광산업 전반을 담당한다면, 방문위는 민간의 아이디어와 역량을 하나의 사업으로 엮어내는 데 강점이 있다. 항공과 숙박, 쇼핑, 음식, 공연, 교통 등 관광객의 여행은 수많은 산업이 함께 만들어낸다. 이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참여시키고 하나의 사업으로 연결하느냐가 방문위의 경쟁력이다.
그동안 방문위를 대표해 온 사업은 코리아그랜드세일이었다. 관광 비수기에 항공·숙박·쇼핑·식음·체험 혜택을 묶어 방한 수요와 소비를 끌어올리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한국방문의 해를 이끄는 조직의 대표 사업이 사실상 하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이기도 했다.
관광은 행사를 많이 만드는 산업이 아니라 브랜드를 축적하는 산업이다. 조직은 바뀌어도 관광객은 자신이 경험한 축제와 캠페인, 콘텐츠를 기억한다. 코리아그랜드세일에 이어 방문위를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대표 사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도 이 지점이다. 마케팅팀을 민관협력사업팀으로 재편하면서 코리아그랜드세일을 넘어 K-팝과 미식, 문화예술, 전통문화 등 K-콘텐츠와 관광을 결합한 융복합 사업을 새롭게 발굴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 관광에 대한 관심이 쇼핑에서 미식과 공연, 의료·웰니스, 야간관광, 지역 체험으로 빠르게 넓어지는 흐름을 감안하면 적절한 선택이다.
관건은 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성과를 낸 사업을 꾸준히 키워 방문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하는 일이다. 한국방문의 해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을 남겨야 이번 조직개편도 의미를 갖는다.
서비스개선팀을 관광경험혁신팀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부터 출국까지 겪는 불편을 줄이고 여행 만족도를 높여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략홍보팀 역시 행사 홍보를 넘어 핵심 현안 대응과 대외 브랜딩, 정책 메시지까지 담당 영역을 넓혔다.
기획팀을 경영지원팀으로 개편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위원사 파트너십과 재원 다각화를 맡는 동시에 직원별 프로젝트매니저(PM) 책임경영제와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혁신도 추진한다. 담당자가 기획부터 협력사 조정, 집행, 평가까지 책임지는 구조는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사업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AI 역시 문서 작성을 돕는 수준에 머물기보다 관광객 데이터 분석과 참여 기업 발굴, 시장별 홍보 전략 수립 등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될 때 가치가 커진다. 한혜리 사무국장이 이번 개편을 "단순한 현판 교체가 아니라 사무국부터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방문위에 새로운 사업을 주문하면서 단년도 행사 예산과 짧은 평가 주기만 적용해서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키우기 어렵다. 중장기 사업을 설계할 수 있는 재원과 권한을 뒷받침하고, 한국관광공사와 지역관광공사·재단 등 유관 기관의 역할도 보다 분명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민관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방문위가 중심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도 문체부의 몫이다.
조직개편의 성과는 새 팀 이름으로 남지 않는다. 코리아그랜드세일에 이어 방문위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 사업이 하나둘 늘어날 때 비로소 이번 개편도 평가받을 수 있다.
그 일은 방문위 혼자 해낼 수 없다. 문체부는 정책과 제도를 뒷받침하고,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단위 관광 마케팅과 사업 기반을 마련하며, 방문위는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 새로운 관광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업계는 그 사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
조직도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관광객이 기억하는 것은 결국 브랜드와 경험이다. 이제 방문위는 새로운 대표 사업으로 답해야 하고, 정부와 관광업계는 그 답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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