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대화 원한다면, 군사적 신호도 일관성 가져야  

김영윤
김영윤

 
 
최근 한반도에서 진행된 두 차례의 군사훈련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을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신호로 활용하려 했다면 그 신호는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하는가이다.
 
지난 8월 실시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어 진행됐다. 훈련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에 훈련을 대폭 줄이라고 지시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당시 미국의 결정에는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런데 북한은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을 계속했고, 군사적 긴장도 낮추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불과 몇 주 뒤인 9월 7일부터 11일까지 한국·미국·일본이 참가한 다자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가 예정대로 실시됐다. 북한은 이를 강하게 비난했고, 훈련이 끝난 다음날인 9월 12일 동해상으로 여러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물론 UFS와 Freedom Edge는 그 성격이 다르다. UFS는 한·미 간 연합방위태세와 전시 대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연합연습이고, Freedom Edge는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자훈련이다. 따라서 두 훈련을 같은 잣대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미국의 대북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목적과 성격을 가진 훈련일 수 있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면서 동시에 한·미·일 군사협력은 계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군사훈련의 필요성보다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외교에서 신호는 한 번 보내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특히 수십 년 동안 적대관계를 지속해온 미국과 북한이라면 더욱 그렇다. 상대방은 행동이 일시적이며 전술적 조정인지, 아니면 관계를 바꾸려는 전략적 의지인지 판단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훈련의 축소를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신호로 선택했다면 북한이 즉각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신호를 곧바로 거둬들이기보다는 일정 기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북한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한 번의 훈련 축소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외교적 신호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북한이 미국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적대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는 일관된 행동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미가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며 군사적 대비태세를 계속 낮춰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이 한 차례 훈련을 축소한 뒤 북한이 즉각 호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기존의 군사적 행동으로 돌아간다면 처음의 훈련 축소는 북한에 대화의 신호라기보다 일시적인 전술적 변화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훈련을 줄이느냐 늘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적 조정이 외교적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느냐, 그리고 그 메시지가 일관되게 유지되느냐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중요하게 인식할 문제가 있다.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을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설명한다. 한·미의 입장에서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도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점이다. 우리에게 방어적인 군사행동이 북한에도 방어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한·미의 정보·감시능력과 공군력, 정밀타격능력, 미사일방어능력, 그리고 미국의 확장억제가 결합된 군사훈련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북한이 이를 과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위협 인식을 이해하는 것은 긴장을 관리하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물론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한 억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는 것과 북한과 대화할 공간을 만드는 것은 서로 배치되는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대화의 통로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대화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며, 군사적 조치를 어떻게 외교적 수단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는 문제를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한국은 한·미 동맹의 당사자이자 남북 관계의 직접적인 당사자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도 한국이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었을 때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한국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한국 정부는 그에 맞는 일관된 대북 신호를 보내도록 미국을 적극적으로 추동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 차례 군사훈련을 축소했다면 한국 정부는 이를 단순히 미국의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신호가 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하고 다음 단계의 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 군사적 억제력은 유지하되 북한과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훈련의 규모와 방식, 시기 등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북한에도 분명한 요구를 해야 한다. 한·미가 긴장을 낮추기 위한 행동을 한다면 북한 역시 미사일 발사와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대화에 응하는 등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연합훈련과 대화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결국 군사적 신호의 일관성과 연결된다. 그 일관성 속에서 한·미의 억제력과 북한의 상응하는 행동을 연결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군사력을 포기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군사력만으로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안보를 바탕으로 긴장을 낮추고, 긴장을 낮춘 공간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 이것이 지금 한국이 추구해야 할 현실적인 길이다.

필진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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