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 내부 전경 [사진=조재형 기자]
미국 자외선 차단제 시장의 20년 묵은 빗장이 열린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수십 년간 고수해 온 자외선 차단 성분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K-뷰티의 핵심 수출 동력으로 떠오른 선케어 분야의 북미 영토 확장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일반의약품(OTC) 자외선차단제의 유효성분으로 ‘베모트리지놀’을 최종 승인했으며, 관련 기준은 다음 달 9일부터 시행된다. 베모트리지놀은 1990년대 후반 이후 OTC 자외선 차단제 성분 목록에 추가된 최초의 신규 유효 성분이 됐다.
베모트리지놀은 자외선 A와 자외선 B를 함께 차단하는 성분이다. 유럽과 호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오랫동안 사용됐지만 미국에서는 허용 성분에 포함되지 않아 제품 적용이 제한됐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을 일반 화장품이 아닌 OTC 의약품으로 관리한다. 허용 성분과 함량은 물론 표시 문구, 시험 방식, 제조시설 기준까지 FDA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에 국내 브랜드들은 같은 선크림도 글로벌용과 미국용으로 나눠 개발해 왔다. 국내 제품에 미국 미허용 성분이 들어 있으면 원료 배합과 제형을 다시 설계하고 효능·안정성 시험도 별도로 거쳐야 했다. 또 추가 개발 비용이 발생하고 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원인이 됐다.
이번 승인으로 국내 업체들이 축적한 베모트리지놀 처방 기술을 미국용 제품에도 활용할 길이 열렸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ODM 업체는 기존 고객사의 제품 재설계와 신규 선케어 개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더파운더즈(아누아),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달바글로벌(달바) 등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K-뷰티 브랜드와 올리브영 등 현지 판매 채널도 상품군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베모트리지놀 성분 규제 완화에 따른 한국콜마의 선케어 수주 확대가 기대되며 기술력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최대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K-뷰티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화장품 수출액은 1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1.5% 증가했다. 전체 화장품 수출액의 20.7%로 최대 수출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 중국을 제치고 화장품 최대 수출국이 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위를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베모트리지놀을 오랫동안 사용하며 상당한 처방 데이터를 축적해 온 만큼 제품 개발 속도와 완성도에서 경쟁 우위를 보일 수 있다”며 “하반기부터 글로벌 고객사의 문의와 신규 수주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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