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민간임대를 살릴 이유와 방법

  • 되살릴 이유와 주저하는 이유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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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hatGPT]
 
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숫자 하나로 시작하자. 2018년 한 해에만 민간임대주택 15만호가 새로 등록됐다. 2020년까지도 매년 10만호 안팎이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2020년 7·10 대책으로 아파트 등록임대와 단기임대가 폐지된 뒤 신규 등록은 가파르게 꺾였다. 2023년 4만7000호, 2024년 4만호, 지난해 2만9000호. 정점의 5분의 1 토막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3월 말 등록임대 재고는 95만8000호. 이 숫자는 지금도 줄고 있다.

재고가 마르는 사이 임차시장은 반대로 달아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6.7로 2021년 초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올 1~5월 서울 주택 월세 상승률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전국 임차가구 847만 가운데 공공임대가 감당하는 몫은 23.2%다. 나머지는 민간임대가 받치고 있는데, 그 민간임대가 3년째 재고를 잃고 있다.

민간임대를 다시 살려야 할 이유는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그런데 정부도 임대인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등록임대는 줄고 월세 부담은 커지는데, 왜 아무도 과거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가.

올 초만 해도 대통령은 등록임대에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했고, 관계부처는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의 존속 여부까지 들여다봤다. 그런데 최근 부처와 여당을 중심으로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민간임대주택 토론회에서 국토부는 “공공임대뿐 아니라 민간임대도 두 날개, 두 축으로 같이 가줘야 한다”고 했다. 혜택 폐지를 검토하던 정부가 다시 활성화 방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방향이 바뀌었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시장 수치가 정부를 다시 그 테이블로 끌고 나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토론회에서 나온 처방에는 유독 ‘복원’이라는 말이 많았다. 사라진 조기 분양전환을 되살리고, 자동 말소되는 등록 지위를 연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되살리는 것과 그대로 되돌리는 것은 다르다.
 
두 개의 주저, 그리고 세입자

정부가 민간임대 앞에서 머뭇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7년 등록임대 활성화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깎아주며 다주택 물량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하지만 세제 혜택이 갭투자와 절세의 통로로 쓰인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3년 만에 제도는 뒤집혔다. 한 번 데인 정부가 다시 혜택을 꺼내기를 망설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임대인도 마찬가지다. 등록하라 해서 등록했더니 3년 만에 제도가 폐지되고, 예상하지 못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경험이 있다. 지금 다시 등록한들 다음 정부에서, 아니 같은 정부 안에서도 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몇 달 사이 혜택 폐지에서 활성화로 방향이 바뀌는 것을 본 사람에게 제도의 약속은 이미 효력을 잃었다.

세입자의 처지는 또 다르다. 과거 등록임대는 임대인에게 세금을 깎아줬지만, 세입자가 얼마나 싸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지는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 등록임대가 곧 저렴하고 안전한 임대주택을 뜻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이번 활성화의 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올지 확신하기 어렵다.

정부는 특혜 논란을 걱정하고, 임대인은 정책 변경을 두려워하며, 세입자는 혜택이 자신을 비켜갈까 의심한다. 서로 다른 이유로 한발씩 물러선 동안 비용은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는 임차인에게 돌아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의 주저가 옳은지 가리는 일이 아니라, 세 주체를 다시 움직이게 할 설계다.
 
되돌리면 결함까지 되돌아온다

2017년 제도의 진짜 문제는 혜택이 컸다는 데만 있지 않았다. 혜택이 ‘등록’이라는 스위치에만 걸려 있었다는 데 있었다. 등록만 하면 임대료를 시세대로 받아도 감면은 같았다. 임차인이 얻는 보호라고는 인상률 연 5% 상한 정도였지만, 이는 임대료가 오르는 속도를 묶은 것이지 수준을 낮춘 것이 아니었다.

혜택은 등록 여부에 따라 주어지고, 세입자가 실제로 싸게 사는지는 묻지 않았다. 이 구조를 그대로 복원하면 결함도 함께 돌아온다.

비슷한 실패는 다른 민간임대에서도 반복됐다. 하나는 기업형 임대, 뉴스테이다. 2015년 정부는 택지·저리융자·용적률·세제를 제공하며 공급을 유도했지만, 초기 임대료 기준은 두지 않고 인상률 상한만 적용했다. 의무기간이 끝난 뒤 분양 여부도 정해두지 않았다. 공적 재원이 들어갔지만 세입자가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지, 개발이익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비워둔 셈이다.

2017년 말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개편되면서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0~95%로 제한하는 조건이 뒤늦게 붙었다. 지금 전국 뉴스테이 1만8000여호는 의무기간 만료와 함께 분양전환의 향방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부터 정하지 않은 조건의 대가가 8년 뒤 청구서로 돌아온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이다.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에게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시세보다 싼 임대주택을 받으려 했다. 혜택과 임대조건을 맞바꾸는 발상은 옳았다. 높은 경쟁률이 수요도 증명했다.

그러나 임대인에게 무엇을 줄지는 정교하게 설계하면서, 임차인의 보증금을 어떻게 지킬지는 시장에 맡겼다. 일부 사업장에서 시행사의 채무 문제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고,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곳에서는 세입자 보증금이 묶였다. 공사비와 금융비 상승으로 사업성까지 악화하면서 민간 참여는 급감했고, 지난해 인허가는 0건에 그쳤다.

뉴스테이는 세입자가 얼마나 싸게 살지를 비워뒀고, 청년안심주택은 맡긴 보증금을 끝까지 지킬 장치를 비워뒀다. 민간임대를 다시 살리려면 이 두 조건을 함께 채워야 한다.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어야 하고, 맡긴 돈을 떼일 걱정 없이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비어도 제도는 오래가지 못한다.
 
혜택은 등록이 아니라 성과에

새 제도는 두 가지 성과에 값을 매기면 된다. 임대료를 얼마나 낮췄는지, 보증금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켰는지다.

먼저 저렴성이다. 등록 여부가 아니라 임대료를 얼마나 낮췄는지에 따라 지원을 달리해야 한다. 핵심은 혜택의 크기가 아니라 기울기다.

프랑스의 로카방타주가 한 사례다. 임대료를 시세보다 15% 낮추면 임대소득의 15%를 세액공제하고, 30% 낮추면 35%, 45% 낮추면 65%를 공제한다. 많이 낮출수록 더 많이 돌려받는다. 국가와 최소 6년 협약을 맺고, 임차인 소득 상한과 주택 에너지 성능 조건도 따른다. 임대료를 얼마나 낮출지 임대인이 선택하되, 그 선택에 국가가 값을 매기는 구조다. 등록 자체가 아니라 임차인이 실제로 얻는 혜택에 지원을 거는 것이다.

미국의 저소득층 주택 세액공제는 세액공제를 민간자본 조달 장치로 만들고, 일정 물량을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공급하도록 했다. 다만 의무기간 뒤 임대료가 오르거나 주택이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문제도 겪고 있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 조건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도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틀은 있었다. 2024년 정부가 내놓은 신유형 장기민간임대는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으로 규제와 지원을 차등화했다. 규제를 많이 받을수록 지원도 커지는 구조다. 다만 가장 강한 지원형조차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5%로 제한하는 데 그쳤다. 싸다고 부르기에는 시세와 너무 가까웠다. 틀은 잡았지만 기울기가 완만했다.

보증금 안전도 지원 조건에 묶어야 한다. 보증 가입이 확인되지 않거나 선순위 채권과 보증금의 합이 집값의 일정 비율을 넘는 사업장에는 세제·금융·용적률 지원을 중단하는 식이다. 보증 가입과 선순위 채권 현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기준을 어기면 지원을 중단하거나 이미 주어진 혜택을 환수할 수 있어야 한다.

임대료 인하 폭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고, 보증금 안전 역시 등기와 보증 가입 여부로 검증할 수 있다. 지원을 등록 행위가 아니라 이 두 성과에 연동해야 비로소 혜택이 세입자에게 도달한다.
 
되돌릴 것과 다시 지을 것

이 기준은 민간임대를 살리자는 쪽과 다주택자 감면을 비판해온 쪽을 같은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

정부에는 특혜 시비를 막을 근거가 생긴다. 깎아준 세금이나 풀어준 규제만큼 세입자가 실제로 싸고 안전하게 산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감면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설명할 수 있다. 등록만 하면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책 목표를 달성한 만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대인에게는 예측 가능성이 생긴다. 임대료 인하 수준과 협약 기간, 그에 따른 세제·금융 지원을 계약으로 묶는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미 맺은 조건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무조건 큰 혜택이 아니라 약속한 기간 동안 바뀌지 않는 혜택이다.

시민사회가 등록임대 감면을 비판해온 이유도 감면 자체보다 다주택 보유와 절세에 혜택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과 임차인 보호를 충족할 때만 감면을 남기자는 요구는 민간임대 활성화와 충돌하지 않는다. 등록하면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싸게 빌려주고 보증금을 지키면 혜택을 주는 것이다.

지금 테이블에 오른 조기 분양전환이나 등록 지위 연장도 이 기준으로 걸러야 한다. 그것이 세입자의 주거비를 얼마나 낮추고, 임대주택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며, 보증금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따져야 한다. 임차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계산되면 제도이고, 그렇지 않으면 사업자 혜택일 뿐이다.

민간임대를 다시 살려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줄어드는 재고와 치솟는 임대료가 그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8년 전 제도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당시 비워뒀던 조건을 이번에는 먼저 채우는 일이다.

등록임대를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쟁점이 아니다. 세금을 깎아주는 만큼 세입자가 실제로 싸게 살고, 맡긴 보증금을 끝까지 돌려받게 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그 기준이 없다면 복원은 반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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