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다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는 것은 민주주의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 권력이 비판을 어떻게 대하고, 반대 의견을 얼마나 존중하며, 법을 얼마나 절제 있게 사용하는 지가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결정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은 언제나 비판을 불편해 했다. 그러나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권력을 보호하는 것보다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미국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헌법 수정 제1조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 이는 어떤 표현도 무조건 허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폭력을 직접 선동하거나 구체적인 협박, 사기, 명예훼손 등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과 권력에 대한 비판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는 인식이 미국 헌정 질서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펜타곤 페이퍼 사건이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전 관련 기밀문서의 공개를 막으려 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정부의 사전 금지가 헌법상 언론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가안보라는 중요한 가치가 있었음에도, 법원은 정부 권력의 언론 통제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워터게이트 사건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감시한 것은 야당이 아니라 언론이었다. 언론의 끈질긴 취재와 사법 절차가 결합하면서 결국 진실이 밝혀졌고, 닉슨 대통령은 사임했다. 당시 언론은 권력을 흔들었다는 이유로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킨 주체로 평가받았다.
 
 우리나라 역시 표현의 자유 확대는 민주화 과정과 함께 발전해 왔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언론 통제와 검열이 일상이었다.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할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 오늘날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 자리 잡은 것도 이러한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 권리라는 뜻은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허위정보와 조작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충분한 공익적 근거가 있다.
 
 반면, 허위정보를 규제하는 법률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언론에 재갈을 물릴 소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그 피해 예방과 질서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단체와 법조계, 야당에서는 비판적 표현이나 공적 논쟁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법의 목적뿐 아니라 실제 운용 과정에서 헌법상 기본권과 균형을 이루는 일이다.
 
 이와관련, 민주주의는 불편한 말까지 감내하는 제도라고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게 감히 충고한다. 권력은 칭찬보다 비판을 더 많이 듣게 마련이며, 시민은 정책을 자유롭게 평가하고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사실과 다른 정보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두 원칙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성숙도는 권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허용하는지, 아니면 불편한 비판까지 견디는 지에서 드러난다. 표현의 자유는 권력을 위한 권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권리다. 그리고 법은 그 자유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권리와 공익을 함께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집행될 때 가장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비판이 사라질 때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고 토론되는 가운데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갈 때 비로소 건강하게 발전한다. 권력도, 시민도, 언론도 이 원칙을 함께 지킬 때 민주주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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