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격차 32대 68"…한국 반도체·AI 인프라 활용 AI 패권 노린

  • 中 정부, 미중 AI 역량 '68대 32' 진단…기업들 역할 분담

  • GPU 막히자 한국 AI DC 지분·반도체 전후공정 인수 물색

AI로 만든 이미지 사진MS코파일럿
AI로 만든 이미지 [사진=MS코파일럿]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인공지능(AI) 역량 격차를 '68대 32'로 규정하고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국가 차원의 AI 육성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미국의 제재로 고성능 연산장치 확보가 막히자 공적자본은 물론 대기업의 민간자본까지 총동원해 한국의 AI 데이터센터(DC) 지분과 반도체 전후공정 기업까지 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5일 IT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미·중 양국의 AI 역량을 미국 68, 중국 32로 평가하는 내부 진단을 내리고 정부 차원의 대(對) 미국 AI 패권전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딥시크 등장 이후 양국 간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외부 평가와 달리, 중국 정부 스스로는 자국의 AI 역량이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 텐센트 등 주요 대기업은 물론 AI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정부 주도의 육성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는 게 중국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역할 분담도 명확하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에 산업용 AI를, 텐센트에는 민간용 AI 개발을 각각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에 적용할 AI는 화웨이가, 일반 소비자가 쓰는 생활형 AI 서비스는 텐센트가 맡는 구조다. 딥시크 등 자국 AI 모델 개발사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가가 기업별 임무를 지정하고 인재와 자본을 집중 투입하는 전형적인 총력전 체제로, 미국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AI 연산을 위한 인프라다. 중국은 AI DC 규모를 미국에 근접한 수준까지 빠르게 확충했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제재로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연산장치 확보가 여전히 제한돼 있다. 미국이 지난해 말 H200 등 일부 칩의 조건부 수출을 허용했음에도 승인 물량이 제한적인 데다 미·중 갈등 속에 실제 반입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이 눈을 돌린 곳이 한국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공적자본에 더해 대기업의 민간자본까지 동원해 △국내 AI DC 지분 확보 △반도체 공정 기업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GPU를 우회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AI 연산 인프라와 반도체 공급망 자체에 지분을 심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과 함께 정부 주도의 AI DC 확충이 진행 중인 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제재를 우회해 연산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통로인 셈이다. 실제 IB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텐센트 등은 중국 자본이 희석된 자회사를 앞세워 국내 반도체 공정 기업 인수를 다수 시도했으며, 현재까지도 시장에서 활발히 매물을 물색 중이다.
 
국내 투자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이 같은 흐름을 키우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회수 시장 침체로 유동성이 묶인 국내 시장에서는 대규모 중국 자본 없이는 조 단위 AI 인프라 사업을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치달았다. 국내 AI DC 개발 사업 상당수가 자금 조달 단계에서 멈춰 있어, 출자를 자처하는 중국계 자본을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IB업계의 전언이다.
 
다만 이 같은 밀착은 한·미 AI 기술교류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앤트로픽의 최상위 AI 모델 '미토스5'에 대해 한국 수출제한 조치를 내렸던 배경에도 한국을 우회한 중국 정부의 미토스 접근권 확보 우려가 자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국내의 인프라 투자자에 대한 접촉을 확대하고, 나아가 반도체 공정에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대미 AI 패권전쟁 전략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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