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사적 교훈은 오늘의 서남권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정부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대한민국 제2의 반도체 역사를 서남권에서 새롭게 쓰겠다는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하지만 AI와 반도체가 기술 패권의 중심에 서고 국가안보의 축이 경제와 산업, 과학기술로 확장되는 흐름은 분명하다. 이른바 기술 정치학의 시대이며 우리는 그 변곡점에 서 있다. 2007년 스마트폰, 2016년 알파고, 2022년 챗GPT의 등장은 변곡점 위에서 전략적 선택이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알려 주기에 충분하다. 지금 지역이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는 다시 멀어질 것이다. AI 시대에는 ‘글로벌 경제와 디지털 산업 지도’를 대한민국이 어떻게 그려갈 것인가를 지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경제와 산업적 관점에서 신산업 클러스터를 성공으로 이끄는 5대 요건을 살펴보면 AI 인프라, 전력망을 포함한 에너지, 인재, 앵커기업의 존재, 모험 자본(Risk-Fund)의 확충 등으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보고회에서 발표된 삼성과 하이닉스의 호남 지역 반도체 투자와 생산기지 건설 소식은 앵커기업의 입주라는 요소를 충족시키며 희망을 꿈꾸게 하기에 충분하다. 대규모 고용 창출이 전제되므로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이 보장된 셈이다.
비판적 논쟁과는 달리 서남권은 이미 충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품고 있다. 광주는 국가AI데이터센터와 AI 집적단지, AX 실증 기반을 축적해 놓았기에 AI 인프라가 구비된 상태다. 전남은 원자력 발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와 넓은 성장 공간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호남의 유일한 과학기술원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연구 역량과 인재 양성 기능이 결합된다면 서남권은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검증하고, 실증하는 반도체 혁신 거점으로 성장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생산기지 조성을 포함한 서남권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는 정부의 시책이 특정 지역을 위한 인위적 자원배분이 아니라 전력과 부지, 인재와 실증 기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정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인센티브 차원에서 정부의 과감한 지원정책을 검토해 본다. 경제자유구역이나 연구개발특구에 제공하는 인센티브 외에 추가적으로 지역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높이고 기업의 투자 부담을 낮추는 ‘트리플 5’ 전략을 제안한다. 예컨대 지역 근로자의 급여를 수도권 동종 업종 대비 5% 높이고,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은 각각 5% 낮추는 방식으로 사람과 기업이 서남권 클러스터로 함께 움직일 유인책을 펴는 것이다.
역사가 가르치는 바는 분명하다. 기회의 창은 준비된 지역에서만 열린다. 전남·광주 통합의 철학은 행정구역의 통합을 넘어 신산업 거버넌스로 확장돼야 한다. 광주의 AI, 전남의 에너지, 그리고 GIST를 비롯한 지역 대학들의 반도체 교육과 연구 역량이 하나로 이어질 때 서남권은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AI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전진기지로서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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