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웨이모의 로보택시 서비스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고도화를 통해 대규모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중국은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과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무인 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오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도와 인프라를 정비하고 있으며, 전국 시범운행지구 운영과 자율주행실증도시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고 책임 체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피해 보상이 대부분 자동차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보험제도 정비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율주행 기술 단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용화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레벨1~2 수준으로 운전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반면 레벨3부터는 자율주행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며, 레벨4 이상에서는 특정 조건(ODD) 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결국 레벨4 이상에서는 차량 통제권이 자율주행시스템에 있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등장한다.
주요국은 이에 대응해 새로운 책임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제조사나 운영사업자의 자율주행 운행 시 의무나 책임을 규정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주요국의 움직임을 보면 자율주행 시대에는 책임의 중심축이 개인 운전자에서 시스템 운영 주체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로보택시나 자율주행 셔틀과 같은 기업 단위 운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 개인이 소유한 자율주행차의 책임 체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차량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자율주행차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주행 기록과 시스템 작동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접근이 제한될 경우 책임 판단이 어려워지고 조사·소송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 관련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보험회사 등 이해관계자가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성공 여부는 기술 발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단계별 책임 체계 정립, 데이터 접근권의 법제화, 기록 표준화 등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시대의 보험은 단순한 사고 보상을 넘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제공하는 안전장치가 돼야 한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둔 지금, 사고 책임과 피해 보상 체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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