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부동산 대책 발표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역대 정부가 규제 강화와 완화를 반복했지만 시장은 금리, 유동성, 공급 신뢰, 전세시장, 개발 기대감 등 여러 조건이 맞물린 결과로 반응했다. 같은 규제라도 시장 환경에 따라 효과가 달라졌고, 같은 완화책도 경기 여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냈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값 누적 상승률은 4.82%로 전국 평균 상승률 1.55% 대비 3배를 웃돌았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수요 억제책이 이어졌지만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는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은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금리와 유동성이다. 금리가 낮고 시중에 돈이 풍부하면 대출 규제가 있어도 매수 대기 수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규제를 풀어도 금리가 높고 경기 전망이 나쁘면 매수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시기 규제 완화에도 가격이 약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정책 효과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전세시장도 매매가격을 흔드는 핵심 변수다. 전셋값이 오르고 매물이 줄면 실수요자는 임대차시장에 남기보다 매매 전환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서울처럼 실거주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전세 불안이 매수 대기 수요를 자극한다. 대출 규제가 매수 여력을 낮춰도 전셋값 상승이 주거 불안을 키우면 가격 하방 압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급 역시 단순한 발표보다 실제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더라도 인허가와 착공, 입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장은 이를 가격 안정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공급 지연 우려가 커지면 “지금 사야 한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매물 잠김을 키울 수 있다. 공급 신뢰가 낮을수록 매매·전세·월세 시장의 동반 불안 가능성도 커진다.
지역별 개발 기대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교통망 확충, 산업단지 조성, 정비사업 기대가 있는 지역은 규제에도 가격이 버티는 사례가 많다. 최근 서울 핵심지와 경기 남부 반도체벨트가 대표적이다. 실수요와 개발 기대가 동시에 있는 지역에서는 대출 규제가 거래를 줄일 수는 있어도 가격 기대를 완전히 꺾기는 어렵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역시 가격을 직접 낮추기보다 거래 구조를 바꾸는 정책에 가깝다. 갭투자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실수요가 강한 지역에서는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도보다 공급 신뢰와 임대차 안정 장치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정책은 규제 강화 여부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 계획과 임대차 안정 장치를 함께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실수요자 금융 보호,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 정비사업 속도 조절, 전월세 물량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집값 안정 효과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보유세 강화는 세 부담 증가가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비아파트를 일정 부분 다주택 규제에서 제외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를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 교수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가진 사람만 집을 살 수 있어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며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