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고위험 파생상품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파악됐다. 5개월 만에 무려 9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은 높은 레버리지와 원금 이상의 손실 가능성 때문에 그동안 개인들이 큰 손실을 봤던 분야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 급등과 반도체 랠리 속에서 상승 방향으로 베팅한 '롱 포지션'이 잇따라 적중하면서 '대박'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개인투자자의 국내외 장내파생상품 투자손익은 9조112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투자손익(1조5543억원)의 약 5.9배에 달하는 규모다.
흑자는 국내 파생상품에서 발생했다. 올해 1~5월 국내 장내파생상품 투자손익은 9조3162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파생상품 투자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1년 3315억원, 2022년 1조797억원, 2023년 2226억원, 2024년 1조5111억원 등 4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손실 규모는 3조144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불과 5개월 만에 누적 손실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반면 해외 장내파생상품에서는 올해도 2033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파생상품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7959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손실까지 합치면 1조9992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거래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5월 개인투자자의 국내 장내파생상품 거래대금은 2636조917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대금(3205조3759억원)의 82.3%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거래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자연스럽게 파생상품 시장으로 신규 유입되는 개인도 급증했다. 선물·옵션 거래를 위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사전교육 이수자는 올해 1~5월 3만81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이수자 2만2387명을 이미 70.5% 웃돌았다. 불과 5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의 1.7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주식시장 강세가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거래량 증가와 수익 극대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실제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거래도 폭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개인투자자의 개별주식선물 거래금액은 545조33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2배 증가했다. 주식옵션 거래금액도 5479억원으로 약 8배 늘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주식선물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상품인 만큼 공격적인 투자 성격이 강하다"며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상승 방향에 베팅하는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개장한 야간 파생상품시장도 거래 확대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거래가 가능해 미국 증시 움직임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야간 파생상품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01조8116억원으로 개장 직후인 지난해 6월(10~30일) 일평균 13조8525억원보다 635% 급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성과만 보고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수익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강한 상승장과 높은 변동성이 맞물리며 롱 포지션이 적중한 결과인 만큼 시장 방향이 바뀌면 손실도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은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손실도 그만큼 확대되는 구조"라며 "올해처럼 강세장이 이어질 때의 성과를 일반화하기보다 위험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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