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충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외교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과 제재, 노골적인 위협을 앞세운 힘의 논리로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냈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에너지 시장까지 흔들리던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에 합의한 것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협상장에 앉히는 것과 합의 이후를 관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번 MOU는 이란 핵포기 방식, 제재 완화 범위,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 등 핵심 쟁점을 상당 부분 후속 협상으로 넘겼다. 특히 이란과 오만이 해협의 미래 관리 방안을 논의한다는 문구는 양측에 서로 다른 해석의 여지를 줬다. 이란에는 해협 통제권 확대의 명분으로, 미국에는 자유항행 복원의 출발점으로 읽힌 것이다.
외교에서 모호함은 때로 필요하다. 모든 쟁점을 한번에 정리할 수 없을 때 일부러 여지를 남기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문제는 그 모호함을 관리할 장치가 없을 때다. 총성과 미사일이 오간 직후의 합의라면 더욱 그렇다. 서로 다른 해석을 조정할 틀 없이 합의문만 남겨두면 문구 하나가 평화의 발판이 아니라 다음 충돌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더 강한 공습과 거친 발언만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를 군사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란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런 위협은 이란을 일시적으로 압박할 수는 있어도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란 내부의 강경론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의 논리를 완전히 버리는 일이 아니다. 상선 공격을 방치할 수 없고, 국제 해운로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다. 다만 군사적 억지력은 명확한 외교적 설계와 함께 있을 때 효과를 낸다. 어디까지가 위반인지, 위반이 발생하면 어떤 절차가 작동하는지, 해협 통항은 누가 어떻게 감시하고 보장하는지 정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습과 보복, 경고와 재보복의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후속 협상에서는 이란 핵 문제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원칙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란과 오만만의 문제로 남겨둘 일이 아니다. 미국과 걸프 국가, 주요 에너지 수입국, 국제 해운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감시·조정 장치가 필요하다. 제재 완화와 해협 안정, 핵 협상을 단계적으로 묶고 합의 위반 시 적용할 절차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MOU가 휴지 조각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기능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힘의 논리는 전쟁을 멈추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호르무즈에서 다시 벌어지는 무력 공방은 그 방식만으로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쟁을 끝냈다고 해서 평화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진정한 외교적 성과를 원한다면 이제는 더 큰 위협이 아니라 더 촘촘한 합의로 나아가야 한다. 힘으로 멈춘 전쟁은 힘만으로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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