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는 수도권과 일부 산업 벨트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반도체는 경기 남부에, 바이오는 수도권에, 주요 연구개발 인프라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첫 번째 대형 실험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서고 설계·장비·소재 기업들이 함께 집적되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다. 여기에 대학과 연구기관, 협력업체와 전문인력이 모여들면서 지역 전체가 첨단산업 거점으로 성장하게 된다.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산업권역이 형성되는 것이다. 과거 포항제철이 포항을 바꾸고, 현대중공업이 울산을 바꾸고, 삼성전자가 수원을 바꿨던 것처럼 호남 역시 첨단산업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반도체를 넘어선다는 점에 있다. 오늘날 반도체는 더 이상 하나의 산업이 아니다. AI의 두뇌이자 데이터센터의 심장이고, 피지컬AI와 로봇, 자율주행차와 미래 모빌리티를 움직이는 핵심 기반이다. 앞으로 10년은 AI 반도체를 누가 더 많이 만들고 더 효율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순히 지역 균형발전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미국은 수천억 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있고, 일본은 TSMC를 불러들이기 위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가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존 산업지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AI 시대에는 산업의 입지 조건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도권 접근성이 절대적 가치였다면 이제는 에너지와 데이터, 인재와 연구개발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RE100이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기준이 되면서 재생에너지 확보 능력도 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미래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도권 중심의 낡은 산업 구조를 넘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를 정쟁의 대상으로 소모하지 않는 일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특정 정권의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 프로젝트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 환경이 달라져도 지속돼야 할 장기 전략이다.
대한민국은 철강으로 산업화를 이뤘고, 반도체로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 이제 AI 반도체와 피지컬A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이 수도권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국가 대도약도 가능하다. 지금은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산업지도를 그릴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