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지는 증여, 외곽은 대출…서울 집 장만 방식도 양극화

  • "상급지는 자산 이전, 중저가는 대출 의존 실수요…금리·규제 충격 취약"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410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4.10.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주택을 마련하는 방식이 지역별로 갈리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상급지에서는 증여 거래가 늘어나는 반면,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양극화가 거래 시장을 넘어 주택 마련 방식의 양극화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부동산원 거래원인별 아파트 거래현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올해 2월 434건에서 3월 418건으로 소폭 줄었다가 4월 556건으로 한 달 만에 500건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증여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성동구는 올해 1월 2건, 2월 4건, 3월 14건에 그쳤던 아파트 증여가 4월 52건으로 늘었다. 강남구도 2월 65건, 3월 55건에서 4월 70건으로 증가했고, 송파구는 1~2월 20건대 수준에서 4월 40건대로 확대됐다. 최근 집값 강세가 이어진 주요 상급지에서 가족 간 자산 이전을 통한 주택 보유·이전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반면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대출 의존도가 높았다. 부동산 플랫폼 집품이 집계한 5월 서울 대출지수를 보면 금천구가 63.02로 가장 높았다. 중랑구 57.54, 구로구 56.97 등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지수는 주택 매입 과정에서 대출 활용 정도를 나타내는 집품의 자체 지표다.

고가 주택 지역의 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강남구의 대출지수는 29.44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고, 성동구 34.94, 용산구 35.68, 서초구 37.72 등도 30대 수준에 머물렀다. 상급지일수록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나 가족 간 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 비중이 높은 반면, 중저가 지역은 실수요자의 대출 동원 비중이 큰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같은 서울 안에서도 주택 확보 경로가 갈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급지에서는 부모 세대의 자산을 이전받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늘고, 중저가 지역에서는 대출을 활용한 실수요 매수가 이어지는 구조다. 주택 가격이 오를수록 현금 동원력이 있는 계층은 증여를 통해 상급지 진입을 이어가고, 그렇지 않은 수요층은 대출에 의존해 중저가 지역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향후 시장 변동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가 지역은 가족 간 자산 이전을 통해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는 반면, 중저가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금리 변화나 대출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에 더 민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성동구 등 상급지의 증여 증가는 단순한 절세 수요라기보다 향후 가치 상승 기대가 반영된 자산 이전 수요로 볼 수 있다”며 “주택 구입 방식의 양극화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급지는 자산가 비중이 높아 대출 없이도 주택을 보유하거나 증여할 수 있는 반면, 중저가 지역은 실수요자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 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 같은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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