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국 아닌 전략 파트너"…태국대사, 한·태 CEPA 연내 타결 기대

타니 생랏 주한 태국대사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 태국대사관에서 AJP와 인터뷰하고 있다 AJP 한준구 jungu141298ajupresscom
타니 생랏 주한 태국대사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 태국대사관에서 AJP와 인터뷰하고 있다. AJP 한준구 [jungu141298@ajupress.com]

한·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태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관광과 교역을 넘어 첨단산업과 의료, 방산, 공급망 분야로 넓히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투자와 디지털 산업, 의료, 방산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협력을 한 단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타니 생랏(Tanee Sangrat) 주한 태국대사는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 태국대사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태국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혁신과 첨단 제조의 전략적 파트너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며 "양국 협력은 이제 관광과 교역을 넘어 미래 산업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 경제가 성장률 2% 미만의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자본, 산업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랏 대사는 "한국은 태국에 중요한 시장일 뿐 아니라 반도체와 첨단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태국 기업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협력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는 오랜 역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고 강조했다. 태국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총 1만1786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생랏 대사는 이 같은 공동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협력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태국은 한국 기업의 새로운 생산·투자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와 컴퓨터 부품,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방산 등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한 산업에서 양국의 협력 기회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경제협력의 핵심 과제로 한·태 CEPA를 꼽으며 연내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생랏 대사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양국 정상 모두 올해 협정을 마무리한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타니 생랏 주한 태국대사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 태국대사관에서 AJP와 인터뷰하고 있다 AJP 한준구 jungu141298ajupresscom
타니 생랏 주한 태국대사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 태국대사관에서 AJP와 인터뷰하고 있다. AJP 한준구 [jungu141298@ajupress.com]

현재 양국 교역 규모는 약 150억 달러 수준이다. 그는 CEPA 체결 시 교역 규모가 20억~3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장기적으로는 교역 규모를 30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것이 태국 정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태국의 13위, 태국은 한국의 16위 교역 상대국이다. 그는 협정을 계기로 양국 협력이 교역을 넘어 투자와 디지털 산업, 공급망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스마트 산업단지 개발과 교통, 제도 협력 및 지식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물류와 산업정책, 인프라 협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태국은 국가 전략인 '태국 4.0(Thailand 4.0)'을 앞세워 첨단 제조와 디지털 혁신 중심의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2년부터 2027년까지 국가 AI 전략 및 실행 계획을 추진하며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랏 대사는 "디지털 경제와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산, 바이오헬스, 의료기술, 웰니스, 미래식품이 유망한 협력 분야"라며 "태국의 산업 고도화에는 한국의 첨단 제조 경쟁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협력도 새로운 축으로 제시했다. 그는 "태국 국방기술연구소(DTI)가 깐짜나부리주에 방산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며 "한국 방산기업들이 이 기회를 검토해 투자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이러한 제조 기반을 토대로 방산 제조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생랏 대사는 태국이 조성 중인 방산 산업단지에 한국 방산기업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과 협력해 태국 방산 산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 유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산 뿐 아니라 사이버 안보와 재난 대응, 인도적 지원도 양국이 함께 협력해야 할 새로운 분야로 꼽았다. 그는 "사이버 안보는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라며 "한국과 ASEAN 국가들과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버경제도 유망한 협력 분야로 지목했다. 생랏 대사는 "고령화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한국 기업과 태국 기업, 해외 투자자 모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국이 이미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각국의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 허브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기와 병원 인프라, 고령친화 주거시설, 노인 돌봄 서비스 등 고령친화 산업 전반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태국대사관은 최근 서울·태국 스타트업 혁신공간(STSiS)을 출범시켰다. 생랏 대사는 "태국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태국과 ASEAN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관광체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155만 명으로 전년 사상 최대였던 187만 명보다 16.8% 감소했다. 올해 1~5월에도 53만9,8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다. 생랏 대사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한국 친구들이 태국를 관광만을 위한 나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태국은 관광뿐 아니라 혁신과 기술의 나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은 노동력을 공급하는 나라가 아니라 혁신과 기술을 갖춘 현대적인 경제"라며 "한국이 더욱 깊이 협력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2026년 6월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 태국대사관 전경 AJP 류윤아
2026년 6월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 태국대사관 전경. AJP 류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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