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 당국은 최근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해 수출통제 지침을 내렸다. 두 모델을 해외에 제공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은 두 모델 서비스를 중단했다.
미 당국은 국가안보 우려를 근거로 들었다. 앤트로픽은 페이블5의 안전장치가 우회될 가능성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제한 범위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또 “이 기준이 업계 전반에 적용되면 모든 최첨단 AI 기업의 신규 모델 배포가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AI 수출 확대 기조와도 충돌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자국 AI의 해외 보급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상무부도 관련 수출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첨단 모델 사용이 언제든 막힐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해외 고객과 동맹국의 불확실성도 함께 커졌다.
유럽에서는 미국산 핵심 역량에 대한 쏠림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국내정보총국(DGSI)은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정보 분석 도구를 교체하기로 했다. 자국 기업 ‘챕스비전’ 제품으로 단계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기존 계약 때문에 실제 전환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프랑스는 관련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개발과 공공서비스 도입에 6억5500만 유로(약 1조1520억원)를 추가 투입한다. 행정 부문에는 자국 기업 ‘미스트랄 AI’의 모델을 기반으로 한 도구를 도입할 계획이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디지털 분야에서 새로운 전략적 의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프랑스는 자체 도구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팔란티어 계약을 재검토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팔란티어와의 대규모 데이터 처리 계약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독일 군 당국도 해당 제품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흐름은 미국 AI 기업의 기술력 자체에 대한 불신은 아니다. 정부와 안보 시스템을 특정 국가와 업체에 맡길 때 생기는 위험에 대한 경계에 가깝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최첨단 모델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동맹국은 그 조치가 자국 행정과 안보 체계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와 클라우드에 이어 AI 모델과 데이터 분석 도구까지 기술 주권 경쟁의 대상으로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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