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의 재팬 룸] '활자의 나라' 일본이 변했다...종이책도 신문도 '반토막'

일본 도쿄의 서점 사진EPA 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서점 [사진=EPA 연합뉴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고 신문을 많이 구독하는 나라로 꼽혔던 일본의 출판 생태계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동네 서점은 사라지고 있고, 종이책 판매는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사회를 상징하던 신문 구독 문화 역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상 첫 '서점 1만곳 붕괴'... 전성기 대비 40% 수준

지난 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출판인프라센터 조사 결과 2025회계연도 말(2025년 4월~2026년 3월) 기준 전국 서점 수는 9993곳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있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1만곳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전년도 1만417곳과 비교하면 424곳이 줄었다.

일본 서점 수는 1998회계연도 2만4237곳으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만 해도 일본 전역 어디에서나 동네 서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과 전자상거래 확대, 온라인 서점 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서점 수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현재 서점 수는 정점 당시의 41% 수준에 불과하다. 30년도 채 되지 않아 1만4000곳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서점 활성화 플랜'을 발표했다. 책에 부착하는 IC태그 보급과 물류 효율화, 재고 관리 개선 등을 통해 서점의 경영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 증가라는 근본적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판 시장 위축은 판매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 서적과 잡지의 추정 판매액은 9647억엔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 종이 출판물 판매액이 1조엔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75년 이후 처음이다.

1990년대 중반 일본 출판 시장은 황금기를 누렸다. 종이책과 잡지 판매액은 1996년 2조6564억엔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 규모는 당시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 출판업계는 만화와 소설을 중심으로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종이책 감소 폭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서점 자체가 없는 '서점 공백 지역'이 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대 신문 왕국도 흔들린다
 
사진AI가 생성한 이미지
[사진=AI가 생성한 이미지]
더 큰 변화는 신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신문 시장으로 평가받았다. 한때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은 세계 발행 부수 1·2위를 다툴 정도였다. 가정마다 아침마다 신문이 배달되는 문화가 정착돼 있었고, 신문 구독은 사실상 생활 필수품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신문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 일간지 총 발행 부수는 2015년 5512만1000부에서 2025년 2824만4000부로 감소했다. 10년 만에 약 49%가 사라진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신문 부수 역시 같은 기간 436부에서 234부로 줄었다. 신문 숫자 자체도 감소했다. 일본의 일간지는 2015년 117종에서 2025년 104종으로 축소됐다.
 
유튜브·스마트폰 시대... 바뀌는 일본인의 정보 소비

전문가들은 일본 출판·신문 산업 침체의 배경으로 스마트폰 보급과 정보 소비 방식 변화를 꼽는다.

과거 일본인은 아침 신문과 저녁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문화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는 뉴스를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일본 방송사들 역시 유튜브 등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 시청자를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 언론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익 모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일본의 신문 배달 문화 자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신문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신문 유통의 96.2%가 정기 가정 배달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구독 가구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전체 발행 부수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 문화와 신문 구독 문화를 자랑했던 일본. 이제는 서점 수가 1만곳 아래로 떨어지고 신문 발행 부수도 10년 만에 반토막 나면서, 일본 출판 산업이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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