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의 재팬 룸] "관광객 덕에 잘 먹었더니"…나라공원 사슴, 주택가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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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가 생성한 이미지]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명물 '나라 사슴'이 이제는 공원을 벗어나 주택가와 철도까지 등장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먹이 주기가 개체 수를 늘렸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본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이 야생동물의 생태계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슴 보러 가는 도시" 나라…이젠 너무 많아졌다

일본 간사이 지방에 위치한 나라현은 교토·오사카와 함께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710년 헤이조쿄(平城京) 천도 이후 약 74년간 일본의 수도였던 곳으로, 도다이지와 가스가타이샤, 고후쿠지 등 세계문화유산과 국보급 문화재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나라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단연 '사슴'이다. 나라공원에서는 수천 마리의 사슴이 사람들과 함께 자유롭게 거닐고, 관광객들은 공원 곳곳에서 판매되는 '사슴전병(鹿せんべい)'을 직접 사슴에게 먹여주는 체험을 즐긴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슴에게 절을 시키거나 전병을 건네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을 정도로, 나라 사슴은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가 됐다.

이 사슴들은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니다. 나라에서는 신의 사자(神使)로 여겨져 오랫동안 보호받아 왔으며, 현재도 국가 천연기념물인 '나라의 사슴(奈良のシカ)'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사슴들이 이제는 너무 많아지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역대 최다 1465마리…공원 밖으로 번진 사슴들

2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나라공원의 사슴은 2025년도 기준 1465마리로 역대 가장 많은 개체 수를 기록했다.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사슴들의 생활권도 공원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초 나라현과 나라시, 보호단체 '나라의 사슴 애호회' 관계자 등 약 20명은 공원에서 서쪽으로 약 3.5㎞ 떨어진 주택가에서 사슴을 다시 공원으로 돌려보내는 '몰이(追い上げ)' 작업을 실시했다.

경찰까지 출동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양팔을 벌려 천천히 사슴을 유도했고, 이틀 동안 약 40마리를 공원으로 되돌렸다. 이 같은 작업은 지난해 7월 시작돼 이번이 세 번째다.

나라현이 조사한 공원 외곽 관리구역의 평균 서식 밀도는 2017년 1㎢당 9.4마리에서 2025년 49마리로 약 5.2배 증가했다.

실제 올해 접수된 사슴 목격 신고 약 230건 가운데 90%가 공원 밖 관리구역에서 발생했다. 주민들은 화단이 훼손된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사슴과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긴테쓰 신오미야역 인근에서 수사슴 한 마리가 열차와 부딪혔고, 올해 3월에는 오사카시에서 포획된 사슴이 나라공원에서 이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나라대학교 보전생태학 전문가 다테자와 시로 교수는 "사슴이 증가하면 교통사고는 물론 감염병 확산 우려도 커질 수 있다"며 조속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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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고 준 과자"가 생태계를 바꿨다

전문가들은 사슴 개체 수 증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관광객들의 과도한 먹이 주기를 지목하고 있다.

나라공원의 사슴전병은 연일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문제는 일부 관광객들이 사슴전병 외에도 직접 가져온 과자나 빵, 스낵 등을 사슴에게 먹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테자와 교수는 원래 나라의 사슴은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 봄이 되면 상당수가 자연 폐사하지만, 최근에는 영양가가 높은 먹이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면서 살아남는 개체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의 먹이가 자연적인 개체 수 조절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사슴 개체 수 증가를 모두 관광객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기후 변화와 서식 환경, 보호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의 먹이 공급이 사슴 생존율을 높인 하나의 요인이 됐을 가능성에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례는 일본이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오버투어리즘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준다. 그동안 오버투어리즘은 쓰레기 투기와 소음, 무단침입 같은 관광객 민폐 문제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나라에서는 관광객의 '선의'가 오히려 야생동물의 생태를 바꾸고, 결국 주택가 출몰과 교통사고 위험으로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관광객들에게는 추억을 남기는 체험이었지만, 사슴에게는 생태를 바꾸는 변화가 된 셈이다. 일본은 현재 사슴을 공원으로 돌려보내는 작업과 계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체 수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먹이 주기 제한 등 보다 근본적인 관리 대책도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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