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둘째 날인 2일 (현지시간).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논의는 더 이상 위협이나 실험 단계에 머물지 않았다. 세계 각국 언론사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놓고 서로 다른 전략을 내놓았다.
인도의 더 힌두는 AI를 기사 발견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고, 스웨덴의 보니에르 뉴스는 AI 기반 개인화와 대화형 뉴스 아카이브 구축에 집중하고 있었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클라이네 차이퉁은 AI를 새로운 독자층으로 규정하며 뉴스 유통 전략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었다.
"독자가 보지 못한 기사들이 너무 많다"
더 힌두 그룹의 푼디 스리라미 STEP 최고제품책임자(CPO) 겸 사업총괄은 AI의 가장 큰 역할로 '발견'을 꼽았다.
그는 "우리 사이트에는 구독자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사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더 힌두는 월간 이용자 약 3500만 명, 앱 이용자 약 100만 명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료 독자 확대는 쉽지 않은 과제다. 스리라미는 문제의 본질이 콘텐츠 부족이 아니라 독자가 적절한 기사에 도달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더 힌두는 하나의 기사를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하고 있다. AI 요약본, 질의응답(Q&A), 200단어 분량의 짧은 기사, 300단어 분량의 확장 기사 등 독자가 원하는 형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AI 기반 콘텐츠 형식 이용률은 6%에서 36%로 증가했다.
개인화도 콘텐츠 자체보다 '노출 공간(surface)'에 집중했다. AI 기반 트렌드 추천, 맞춤형 알림, 개인화된 앱 화면 등을 통해 현재 앱 페이지뷰의 약 15%가 개인화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30% 수준까지 확대됐다.
오디오 역시 무분별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스리라미는 "가치가 있는 곳에만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시사 해설 오디오 콘텐츠는 24%의 전환률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앱 참여도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AI 기반 기능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검색에서 대화로
스웨덴 보니에르 뉴스는 AI를 활용해 뉴스 검색 방식을 바꾸고 있다.
얀 헬린 최고제품책임자(CPO)는 AI가 기존 추천 알고리즘보다 훨씬 정교한 개인화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대화형 아카이브다.
독자가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하는 대신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수년간 축적된 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헬린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이용자의 전환율이 6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는 독자들이 점차 검색창보다 대화창을 통해 정보를 얻기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AI는 새로운 독자"
가장 파격적인 주장은 오스트리아 지역 일간지 클라이네 차이퉁의 제바스티안 크라우제 디지털 총괄이 내놓았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언론사들이 클릭 수와 검색엔진 노출을 늘리는 데 집중해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새로운 유형의 방문자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바로 AI 봇이다.
이들은 기사를 읽고 요약하며 검색하지만 실제 클릭은 거의 하지 않는다.
크라우제는 이를 위협으로 보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해석했다.
"AI는 새로운 독자다."
그는 "훌륭한 제품과 싸우지 말라"며 "AI는 매우 뛰어난 제품"이라고 말했다.
클라이네 차이퉁은 사람을 위한 사이트와 AI 에이전트를 위한 사이트를 별도로 구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AI가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읽기 쉽고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되 그 조건은 언론사가 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요약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크라우제는 AI 시대에는 유통(distribution)이 더 이상 병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인터넷 시대에는 콘텐츠를 얼마나 널리 배포하느냐가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독창적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AI 시대의 병목은 유통이 아니라 독창성과 희소성"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 경쟁력은 '독점 콘텐츠'
토시 파니그라히 톨비트 공동창업자는 현재 AI 기업들의 콘텐츠 수집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사들이 어떤 AI가 콘텐츠를 읽고 있는지, 어떤 주제를 찾고 있는지, 어떤 기자의 콘텐츠가 AI 환경에서 영향력을 갖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히 콘텐츠를 읽는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언론사 역시 AI 활용을 측정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더 이상 편집국 내부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뉴스를 발견하고 소비하며 유통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언론사들은 AI를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단계를 넘어, 이를 역으로 활용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확대하고 새로운 독자 접점을 만들어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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