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NMC 2026] 설즈버거 "AI가 대체 못하는 것은 고유 취재 보도"…40분간 언론의 존재 이유 역설

2026년 6월 1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열린 제77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개막식에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 겸 발행인이 AI 저널리즘과 공론장의 확실한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
2026년 6월 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제77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개막식에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 겸 발행인이 'AI, 저널리즘과 공론장의 불확실한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결국 언론의 고유 취재 보도에서 나온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개막한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6) 무대에 오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회장 겸 발행인은 40분 동안 쉬지 않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언론의 위기와 역할을 역설했다. AI 기업들의 무단 콘텐츠 활용과 저작권 침해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도, 언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유 취재 보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1300여 명의 전 세계 언론인과 미디어 경영진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설즈버거 회장의 연설은 여러 차례 공감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사회를 맡은 BBC 저널리스트 로스 앳킨스(Ros Atkins)는 연설 직후 "최근 언론인들로부터 들은 연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연설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AI 저널리즘과 공론장의 불확실한 미래(AI Journalism and the Uncertain Future of the Public Square)'를 주제로 한 이날 기조연설은 AI 기술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 저널리즘의 가치와 생존 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설즈버거 회장은 "뉴욕타임스는 기술 혁신을 거부해 온 조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왔고 현재도 AI를 책임감 있고 윤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신기술을 멀리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며 "AI는 세상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AI 산업의 성장 방식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AI 산업이 인재(Talent), 컴퓨팅 인프라(Compute), 에너지(Energy), 데이터(Data)라는 네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AI 기업들은 우수한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데이터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업들은 동의나 보상 없이 데이터를 가져가고 있다"며 "그들이 데이터라고 부르는 것의 상당 부분은 사실상 언론 기사와 책, 음악, 영화 등 저작권 보호를 받는 창작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주요 AI 모델은 저작권 자료 없이는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오픈AI조차 인정하고 있다"며 "결국 AI 모델의 성패는 데이터셋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특히 언론 콘텐츠가 AI 산업의 핵심 원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지난해에만 기사와 사진, 영상, 팟캐스트 등 약 50만 건의 콘텐츠를 생산했고 이를 위해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또 미국 50개 주와 전 세계 155개국에 기자를 두고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굴한 정보와 목격자 증언, 비공개 문서, 전문가 분석, 사진과 영상이 공공 기록을 풍성하게 만든다"며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결국 이러한 고유 취재 보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공개된 정보를 분석하고 재구성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검증하는 취재 활동은 할 수 없다"며 "AI 역시 언론이 생산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년 6월 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제77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개막식에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 겸 발행인이 AI 저널리즘과 공론장의 확실한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6년 6월 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제77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개막식에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 겸 발행인이 'AI 저널리즘과 공론장의 불확실한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설즈버거 회장은 최근 AI 서비스들이 보여주는 오류와 왜곡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AI는 불확실성을 표현하는 데 취약하기 때문에 틀린 정보를 확신에 찬 어조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며 "언론사와 달리 AI 기업들은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AI가 언론사와 독자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과거 검색 플랫폼은 이용자를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했지만 AI는 답변만 제공하고 이용자는 원 출처를 방문하지 않게 만든다"며 "이는 뉴스 산업의 수익 구조와 독자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 서비스가 언론사에 보내는 트래픽이 기존 검색 서비스보다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광고 수익 감소에 이어 독자와의 연결마저 약해진다면 언론 산업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AI가 공론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무엇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거짓을 믿는 것도 문제지만 진실마저 믿지 않게 되는 상황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사람들은 공적 영역에서 이탈하고 사회적 신뢰는 약화된다"며 "지역 언론이 사라진 공동체에서는 시민 참여가 줄고 부패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이 네 가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첫째는 저작권 보호다.
 
그는 "지식재산권은 언론 산업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도둑질은 잘못된 일이라는 단순한 윤리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AI 기업과의 계약을 신중하게 체결하는 것이다. 그는 언론사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더라도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는지, 콘텐츠 활용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셋째는 입법 대응이다. 저작권 보호 강화와 AI 학습 데이터 투명성 확보, AI 기업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넷째는 언론 산업의 연대다. 그는 "AI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로비와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언론 산업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언론 스스로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AI를 올바른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술을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와 직접 연결되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중개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일부러 찾아올 만큼 차별화된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며 "그 중심에는 고유 취재 보도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에게도, AI에게도 이러한 보도를 대신 제공할 다른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연설 말미에 설즈버거 회장은 "정보는 가치가 있다. 저널리즘도 가치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인터넷은 이미 봇과 저품질 콘텐츠로 넘쳐나고 있으며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뉴스 조직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분간 이어진 연설이 끝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1300여 명의 언론인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AI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를 둘러싼 불안과 고민, 그리고 고유 취재 보도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설즈버거 회장의 메시지가 세계 각국 언론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순간이었다.
 
설즈버거 회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뉴스 조직의 미래와 공론장의 건강성은 우리가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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