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60조 加 잠수함 수주, K-방산 퀀텀점프 계기 되길

1993년 장보고함이 취역했을 때만 해도 한국은 세계 43번째 잠수함 운용국이었다. 독일 기술을 들여와 첫 잠수함을 운용하던 나라가 불과 30여 년 만에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단순한 참가가 아니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와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잠수함 후발주자 설움을 겪던 한국 조선·방산 산업의 위상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현재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과 독일 TKMS 간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승부를 사실상 ‘50 대 50’으로 본다. 독일은 잠수함 종주국이다. 한국 잠수함 개발 초기에도 독일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최종 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방산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승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K9 자주포와 천무, FA-50, KF-21 등으로 이어진 K-방산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입증된 데다, 한국형 잠수함 역시 운용 능력과 납기, 가격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이 직접 한국 잠수함 훈련에 참여해 성능을 확인했다는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수주전은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산은 더 이상 기업 간 거래(B2B)가 아니다. 정부와 정부가 움직이는 B2G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군사력과 안보, 공급망, 외교가 복합적으로 얽힌 국가전이라는 의미다.

실제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도 성능만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 현지 산업 협력과 절충교역(offset), 공급망 투자, 일자리 창출 같은 ‘패키지 제안’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까지 특사단에 합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나다 정부가 자동차·수소 분야 협력까지 요구하면서 현대차가 측면 지원에 나섰고, 대한항공 등 다른 산업군도 지원군으로 참여 중이다.
 

사진한화 제공
[사진=한화 제공]

 

이번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성공한다면 그 의미는 단순한 매출 60조원을 넘어선다. 지상무기와 미사일, 전투기를 넘어 '최종 병기'로 불리는 잠수함까지 수출하는 국가로 올라서는 것이다. 미국·독일·프랑스 같은 글로벌 방산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총력 지원에 나선 것도 당연하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직접 캐나다를 방문했고, 산업통상부·방사청·기업이 유기적 행보를 이어가고 다. 국가 전략 산업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행보다. 정부 역시 금융 지원과 외교 채널 등 추가 지원 방안을 끝까지 고민해야 한다.

경계해야 할 대목도 있다. 수출 만능주의에 빠져 프로젝트와 직접 관련 없는 기업들에게 과도한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절충교역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반강제 지원'에 동원되는 구조가 굳어져서는 곤란하다. 국가 전략 사업일수록 시장 원리와 기업 자율성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

장보고함 도입 당시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회가 지금 한국 앞에 놓여 있다. 민관이 한몸으로 움직이되 원칙과 균형을 잃지 않는 전략적 접근이 절실하다. 다음달 발표될 캐나다 잠수함 사업 결과가 K-방산 도약의 역사적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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