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놓고 격론…'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vs '기업 성장 위축 우려'"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20일 오전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최윤선 기자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20일 오전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최윤선 기자]


정부가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학계·법조계·투자업계·금융당국이 한 자리에 모여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거래소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자본시장 신뢰 훼손의 원인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할지 여부와 주주 동의 절차 도입 방식 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기업 성장과 자금 조달 필요성, 소수주주 보호, 지배주주 견제, 거래소 심사 역할 등을 놓고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중복상장 개선안 3대 축 제시…이사회 자율·조건부 동의·원칙 동의 검토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제를 통해 중복 상장 제도 개선 방향으로 △이사회 자율 판단 중심 △조건부·부분적 주주 동의 의무화 △원칙적 주주 동의 의무화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남 연구위원은 "중복 상장 제도 개선의 핵심은 신규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 훼손 가능성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며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된 만큼 이사회 중심의 자율 규율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중요성이 큰 사안의 경우 거래소 판단 아래 주주 동의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회사 대비 자산·매출·이익 비중이 모두 낮은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주주 동의를 받도록 하는 안도 가능하지만, IPO(기업공개) 시장 위축과 투자 회수 경로 제한 등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은 또 주주 동의 방식과 관련해 특별결의, 3%룰 적용, MOM(Majority of Minority·소수주주 다수결) 방식 등을 소개했다. 그는 "특별결의는 법체계상 가장 안정적인 수단이지만 지배주주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한계가 있다"며 "MOM은 국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소수주주 보호 장치로 평가되지만 국내에서는 정족수 확보와 비용 부담, 현실적 실효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은 일정 규모 이상의 중복 상장에 대해 사실상 MOM에 준하는 절차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영국 등도 지배주주 거래에 대해 강화된 보호장치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복상장 규제 수준 놓고 이견…원칙 금지 vs 원칙 허용 갈려"

중복상장 제도 개선을 둘러싼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과도한 제한은 기업의 자금조달과 투자 회수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제기하며 원칙 금지와 원칙 허용 사이에서 견해차를 드러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중복 상장으로 발생하는 모자회사 간 이해상충이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기존 중복 상장은 해소하고 신규 중복 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경순 대신증권 본부장과 임신권 IMM PE CLO, 고강녕 키움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중복 상장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기업의 외부 자금 조달과 벤처·스타트업 투자 회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원칙 허용 후 예외 규제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이들은 주주 동의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거래소 심사를 통한 보완이 현실적이라고 내다봤다.

왕수봉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만은 해외 자회사 IPO 시 모회사 주주의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등 보호장치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복 상장 자체보다 계열회사 분리를 통한 계층 상장과 지배·소유 괴리 문제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와 남궁주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주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원칙적 금지와 획일적 금지는 구분해야 한다며 기존 회사법 체계와의 정합성, 기업 자율성, 비례성 원칙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남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된 만큼 지나친 중복 상장 규제는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중복상장, 자본시장 신뢰 문제"…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 검토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 차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주주 보호 원칙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사안을 단순화할 수 있는 방향을 면밀히 검토해 빠른 시일 내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중복 상장 문제는 특정 거래 구조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신뢰의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자본시장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중복 상장에 대해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가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거래소와 함께 주주 보호 장치와 심사 체계 구체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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