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칼럼] 우버·네이버와 배민 매각설…플랫폼 전쟁은 다시 시작됐다

  • 배달앱 거래가 아니라 생활 데이터·결제·물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매각을 검토하면서 국내 플랫폼 시장이 다시 큰 변곡점에 섰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로 알려진 JP모간은 네이버, 우버, 알리바바, 도어대시 등 국내외 주요 기업과 일부 사모펀드에 투자안내서 성격의 티저레터를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인수전이 본격화됐거나 특정 기업이 인수 의사를 확정한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도 티저레터 수령은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배달앱 매각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배달의민족은 음식 주문 서비스이지만, 그 안에는 지역 상권, 소비 패턴, 결제 흐름, 물류 동선이 축적돼 있다. 배달앱은 이제 음식 주문 창구를 넘어 생활 데이터 플랫폼이 됐다. 누가 배민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한국 플랫폼 시장의 경쟁 구도,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거래 조건, 배달 기사 생태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 김봉진 창업자가 설립했고, 딜리버리히어로는 2019년 우아한형제들 지분 88%를 36억유로, 약 4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이 싱가포르에 세운 합작법인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딜리버리히어로가 기대하는 몸값은 약 8조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최근 2년 평균 영업이익의 약 12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가격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세다. 보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은 2023년 6998억원, 2024년 6408억원, 2025년 5928억원으로 줄었다. 쿠팡이츠와의 경쟁, 마케팅 비용 증가, 배달비와 수수료를 둘러싼 사회적 압박이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8조원이라는 가격은 매력적인 플랫폼 자산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비싸다”는 시각을 함께 낳는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을 검토하는 배경도 중요하다. 회사의 부채 규모와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딜리버리히어로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1억6600만유로, 약 9조2500억원이며 부채비율은 231% 수준으로 전해졌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미 대만 푸드판다를 그랩에 매각하는 등 글로벌 자산 재조정에 나섰다. 우아한형제들 매각 검토도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 흐름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우버가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버는 차량 호출을 넘어 음식 배달, 물류, 결제 영역까지 확장해 온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우버이츠를 통해 배달 시장 경험도 있다. 만약 우버가 배민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면 한국 배달 시장 진입을 단번에 확대할 수 있다. 다만 한국 시장은 규제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자영업자·라이더·소비자 이슈가 민감하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도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 보고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

네이버가 거론되는 배경도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검색, 광고, 쇼핑, 예약, 결제, 지도 서비스를 보유한 국내 최대 플랫폼이다. 배민과 결합할 경우 검색에서 주문, 결제, 지역상권 광고까지 이어지는 생활 플랫폼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쿠팡이츠와 쿠팡의 커머스 생태계가 커지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오프라인 생활 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성은 커졌다. 다만 네이버가 직접 인수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 이슈, 플랫폼 독과점 논란, 소상공인 반발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알리바바와 도어대시가 언급되는 것도 이 거래의 국제적 성격을 보여준다. 알리바바는 커머스와 물류, 결제 생태계를 연결하는 경험이 있고, 도어대시는 미국 음식 배달 시장의 강자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이미 배민과 쿠팡이츠의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 기대 수준도 높다. 해외 사업자가 단순히 자본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플랫폼 운영 능력뿐 아니라 지역 상권 이해, 규제 대응, 사회적 수용성이 필요하다.

이번 매각설에서 반드시 봐야 할 대목은 공정거래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할 당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거래를 승인했다. 당시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로이터도 2020년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승인이 요기요 매각 조건과 함께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배민의 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시 경쟁 제한성 심사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은 이해관계가 가장 복잡한 산업 중 하나다. 소비자는 낮은 배달비와 빠른 배송을 원한다. 자영업자는 낮은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 완화를 요구한다. 라이더는 안정적 수입과 안전을 원한다. 플랫폼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이 네 가지 요구는 쉽게 양립하지 않는다. 새 주인이 등장하더라도 이 구조적 긴장을 해결하지 못하면 같은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에는 또 다른 우려가 따른다. 플랫폼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 인상이나 비용 절감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략적 투자자인 빅테크가 인수하면 단기 수익보다 데이터와 생태계 확장에 방점을 찍을 수 있지만, 플랫폼 독점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누가 사느냐보다 어떤 운영 원칙을 세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내 산업 관점에서는 ‘플랫폼 주권’ 문제도 제기된다. 이미 배민은 독일 자본의 지배 아래 있다. 다시 글로벌 기업에 넘어간다고 해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음식 주문과 지역 상권 데이터가 외국계 플랫폼에 더 깊이 편입되는 문제는 가볍게 볼 수 없다. 데이터의 국적을 단순히 자본의 국적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국민 생활과 밀접한 플랫폼일수록 데이터 관리와 공정한 시장 운영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시장 거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 인수합병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영역이다. 다만 배달 플랫폼처럼 국민 생활, 소상공인,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은 일반 제조업 매각과 다르다. 공정거래 심사, 개인정보 보호, 수수료 투명성, 라이더 안전, 소비자 보호 기준을 촘촘히 점검해야 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가격이 높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며, 규제 리스크도 작지 않다. 일부 사모펀드는 소비자 대상 기업 인수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는 보도도 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대규모 B2C 기업 인수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커졌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는 “매각 착수”와 “인수 확정”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배민이 단순한 앱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민은 한국 소비자의 일상과 자영업자의 매출, 플랫폼 노동자의 생계가 만나는 접점이다. 이 기업의 소유 구조가 바뀌면 시장 질서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배달앱의 새 주인은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떠안게 된다.

네이버든 우버든, 알리바바든 도어대시든, 혹은 사모펀드든 핵심 질문은 하나다. 배민을 더 비싸게 되팔 자산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한국 생활 플랫폼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책임 있는 인프라로 볼 것인가. 전자라면 갈등은 커질 것이고, 후자라면 플랫폼 시장의 새 질서를 만들 수 있다.

배민 매각설은 한국 플랫폼 산업에 던져진 질문이다. 성장의 과실은 누가 가져가고, 비용은 누가 부담하며, 데이터는 누구의 통제 아래 놓일 것인가. 이제 배달앱 경쟁은 할인 쿠폰의 싸움이 아니다. 생활 데이터와 결제, 물류, 지역 상권을 둘러싼 플랫폼 패권 전쟁이다.

이번 거래가 실제 성사되든 무산되든, 한국은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플랫폼 산업의 미래를 시장에만 맡길 것인지, 아니면 공정한 규칙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세울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배민의 새 주인 찾기는 기업 매각 뉴스가 아니라 한국 디지털 경제의 다음 장을 예고하는 신호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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