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코스피, 7000 돌파…'꿈의 7천피'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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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마침내 ‘7000피’ 시대를 열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한 것은 단순한 숫자의 경신이 아니다. 오랫동안 한국 증시를 짓눌러왔던 ‘박스피’의 기억을 넘어 시장 체질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지정학 리스크, 저성장 우려 속에서도 한국 시장이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는결코 작지 않다.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한 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기술주 랠리와 미국 증시 신고가 흐름이 맞물리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기대도 급격히 높아졌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현재 주가 수준조차 여전히 저평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7000 돌파를 단순히 ‘반도체 장세’로만 보는 것은 절반의 해석에 불과하다. 방산·조선·전력·기계·증권 등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과거처럼 특정 업종만 급등하는 구조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이익 개선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6000조원을 넘어섰고,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역시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변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지정학적 위험, 낮은 주주환원,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로 저평가돼 왔다. 기업 실적이 좋아도 시장은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이 자본시장 활성화와 밸류업 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저PBR 기업 개선 압박과 세제 개편 논의 역시 시장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코스피 5000’을 넘어 자본시장 선진화를 주요 경제 과제로 내세워왔다. 최근 증시 급등은 정책 기대감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 흐름이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AI 중심 투자 확대는 한국 증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내 8000~8600선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지수가 오른다고 해서 경제 체력이 자동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와 증시의 괴리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시장은 언제든 급격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 급등과 중동 리스크,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제 심리지수는 하락하고 있고, 체감경기 역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한국 증시는 급등 뒤 급락을 반복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과도한 신용거래와 단기 추격 매수는 시장 충격을 키우는 원인이 되곤 했다. 최근에도 증시 주변 자금과 신용융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경계 신호다. 상승장이 이어질수록 냉정함은 더 필요하다. 시장은 기대만으로 영원히 오르지 않는다. 결국 기업 실적과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상승장이 가능하다.
 
정부 역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증시 상승을 정책 성과로만 포장하는 순간 위험해질 수 있다. 시장은 언제든 냉정하게 방향을 바꾼다. 중요한 것은 단기 지수 관리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구조 개혁이다.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낡은 관행을 줄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7000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국 경제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숫자의 환호를 넘어 구조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AI와 반도체 호황에만 기대는 시장은 오래가기 어렵다. 산업 경쟁력과 자본시장 개혁,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함께 갈 때 비로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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