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트럼프의 호르무즈 압박…이재명 정부, 국익 기준 분명히 세워야

호르무즈 해협서 사고 발생한 HMM 나무호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고 발생한 HMM 나무호.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군사·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에도 생명선과 같은 곳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상당량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문제가 동시에 얽힌 복합 위기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어려운 외교 시험대에 올라섰다. 미국은 동맹국들의 역할 확대를 압박하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 공조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영국·프랑스 주도의 호르무즈 관련 국제 화상회의 참석을 검토하며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원칙 없는 실용외교’다. 실용외교는 국익을 중심에 두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전략이어야 한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면 실용은 곧 우왕좌왕으로 비친다. 미국 눈치를 보다가 중동과의 관계를 흔들고, 반대로 중동 변수만 의식하다가 한·미 동맹 균열 우려를 키우는 식의 접근은 모두 위험하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안보 축으로 삼고 있다. 동시에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구조를 갖고 있다. 어느 한쪽만 선택하는 단순한 외교 구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호르무즈 문제는 국제 유가와 환율, 물가, 산업 경쟁력까지 직접 흔드는 사안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 성장률과 금융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한국 외교가 여전히 상황 대응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태가 커질 때마다 입장을 조율하고 수위를 고민하는 모습만 반복된다. 국가 전략의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요구하면 어디까지 협력할 것인지, 군사적 개입과 해상 안전 지원의 경계는 어디인지, 경제 제재와 외교적 중재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선명하지 않다.
 
일본은 이미 중동 리스크를 자국 안보와 에너지 전략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관리해왔다. 중국 역시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자국 에너지 수급 안정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기조 자체가 흔들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선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우선 국익의 기준부터 분명해야 한다. 국익은 정권의 정치적 이해와 다르다. 미국과의 관계 관리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안보와 산업 안정 역시 동시에 지켜야 한다. 국내 정치적 진영 논리로 외교를 접근하는 순간 국가 전략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호르무즈 사태는 한국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원유 수입 구조는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고, 해상 물류 리스크에 대한 대비도 충분하지 않다.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 비축 확대, 에너지 안보 재설계 논의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외교적 수사만으로는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 편이냐, 중동 편이냐를 둘러싼 이분법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흔들림 없이 움직이는 전략이다. 동맹은 중요하지만 국익보다 앞설 수는 없다. 반대로 국익을 명분으로 동맹의 신뢰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 결국 외교는 균형의 기술이다.
 
트럼프의 압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는 이미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새로운 질서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도 더 이상 모호한 태도로 버틸 수 없는 시점에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실용’이라는 단어보다 어떤 기준으로 국가를 움직일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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