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경영수업' 받은 교보 3세 신중현…SBI저축은행서 경영능력 시험대

  • 교보라플 누적 순손실 2200억

  • 신중현 합류 후 적자 규모 확대

  • 성과 없이 SBI저축은행 이동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 사진교보생명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 [사진=교보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은 교보생명 오너 3세가 SBI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의 핵심으로 꼽히는 계열사로 이동하며 경영 역량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순손실 2192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100억원대 이상의 손실을 쌓은 결과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2020년 차남(신중현)에게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디지털 사업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겼지만, 실적 개선은 고사하고 적자 규모만 키웠다. 신중현 디지털전략실장이 합류한 2020년 131억원이던 순손실은 2023년부터 200억원대로 불었다. 2015년(-211억원) 이후 8년 만에 2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신 실장에게 온전히 돌리기는 어렵지만,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설계사 없이 온라인 채널만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디지털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상품 기획부터 고객 유입(마케팅), 가입 전환율 관리, 사용자경험(UX) 설계,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 등 전 과정이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를 총괄하는 신 실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도 약화됐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지난해 신계약 금액은 1조4086억원으로 전년(1조5606억원) 대비 9.7% 감소했다. 22개 생명보험사 중 교보라이프플래닛보다 신계약 규모가 작은 곳은 치아보험 중심인 처브라이프생명(3129억원) 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보유계약 금액은 7조7347억원으로 22개사 합산금액(2308조원)의 0.3%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며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 특성상 초기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0년 넘게 누적된 손실과 최근 손실 확대 흐름은 단순한 '성장통'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보험은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영진의 중요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교보라이프플래닛 실적 개선을 매듭짓지 못한 채 SBI저축은행으로 적을 옮겼다.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는 고문으로 남고, SBI저축은행에 신설된 경영전략본부 산하 시너지팀을 이끈다. 당초 신 실장을 SBI저축은행 각자 대표이사 중 한 자리에 선임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는 팀장급 역할을 맡게 됐다.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이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확대와 금융지주사 전환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보험 중심의 수익 구조를 보완하고, 여신 기반 사업과 디지털 금융 역량을 결합해야 하는 핵심 계열사임에도 쓴 맛을 본 신 실장을 또 다시 주요 보직에 배치하면서 승계 구도까지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을 발판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판을 짤 것"이라며 "이전 계열사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오너 자녀를 핵심 계열사로 이동시킨 것은 경영 수업을 넘어 승계 구도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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