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황금알 낳는 반도체 …갈라먹기 바쁜 한국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돼지도 나는 태풍, 그러나 태풍은 반드시 지나간다

돈벼락이 떨어졌다. 2026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320조원, SK하이닉스 230조원, 합산 550조원이라는 숫자가 현실이 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제치고 글로벌 Top4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반도체 40년 역사상 최대의 초호황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물어보자. 이게 실력인가, 운인가. 솔직하게 말하면, 운이 7이고 실력이 3이다. 지난 9개월간 한국이 생산 캐파를 획기적으로 늘린 적도 없고, 신기술·신제품을 개발한 적도 없다. 일어난 일은 이렇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틀어막았다. 엔비디아 칩 하나 쓸 것을 화웨이 칩 세 개 연결해 쓰다 보니 메모리 수요가 세 배로 뛰었다. DDR5에 집중하느라 DDR4 라인을 전환했더니 수율 문제로 공급이 줄었다. 범용 메모리 가격이 120% 폭등했다. 한국이 잘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막아줬고, 엔비디아가 메모리 먹는 하마 GPU를 만들어줬고, 중국이 저성능 칩을 수천 개씩 병렬 연결하다 메모리를 폭식해줬기 때문이다.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난다. 그러나 태풍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추락한다. 문제는 지금 한국이 태풍 속에서 날아오르는 기분에 취해, 착지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꿀이 있으면 파리가 꼬인다. 호황의 적들이 몰려오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28년까지 호황이 이어진다는 전망이 봇물을 이룬다. 그런데 이 말을 액면으로 믿으면 위험하다. 역사적으로 "이번은 다르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적이 없다.

반론은 명확하다. 첫째, 마진이 폭발적이면 공장을 밤낮 없이 지어 공기를 앞당긴다. 지금 이 수익률을 본 마이크론, 삼성, 중국 기업들이 일제히 증설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짓는 데 2년 반이 걸리지만, 돈이 되면 공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앞당긴다. 둘째, 구글은 메모리 가격 폭등에 자극받아 TurboQuant라는 메모리 절감 기술을 개발했다. AI가 스스로 메모리 수요를 30~40% 줄이는 역설이 현실이 됐다. 셋째, 트럼프-시진핑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레거시 반도체 규제가 일부 풀리는 날, 중국 CXMT의 DDR4가 글로벌 시장에 쏟아진다. CXMT는 수율 향상에 목숨 걸었다. 넷째, 인텔·소프트뱅크·대만 기업이 손잡고 Z앵글메모리(ZAM)를 개발하고 있고, TSMC도 메모리 파운드리를 넘보고 있으며, 테슬라는 테라팹에 시동을 걸었다.

꿀이 있으면 파리가 꼬인다. 지금 한국 메모리의 초거대이익을 보며 전 세계의 돈과 기술이 이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금의 공급 부족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수급 구조다. 낙관만 하다가 변수가 생기면 황당해진다. 불과 1년 전 한국 반도체 기업 망한다고 떠들던 때를 기억하라. 그 절망에서 이 호황까지, 단 1년이었다. 반대 방향도 그만큼 빠를 수 있다.

550조원은 거저 왔다- 5,500조원은 전략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하나다. 550조원에 취할 시간에 5500조원을 준비해야 한다. 이 숫자가 허황된 꿈처럼 들리겠지만, 조건은 있다. 기술·캐파·정책·비즈니스 모델 네 가지가 동시에 혁신돼야 한다.

우선 지금 이 초거대이익을 재투자해 캐파를 공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한국의 DRAM 시장 점유율 70%를 2030년까지 85%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팔 물건이 없으면 이익은 없다. 공급력이 곧 시장 지배력이다. 동시에 HBM5·6와 CXL 메모리 기술을 1~2년 먼저 선점해야 한다. 마이크론은 자금이 부족하고, 중국은 기술이 부족하다. 기술 격차가 유일한 해자(垓字)다.

정부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분기에 수십조를 버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줄 이유가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게 필요한 것은 먹이가 아니라 더 넓은 우리다. 반도체 팹 옆에 전용 소형 원전(SMR)을 짓고, 초순수 용수 공급 인프라를 국가 인프라로 건설하고, 반도체 특구 인허가를 원스톱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 한다. 세금 걷는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 무기로 대우해야 한다.

더 대담한 제안을 하겠다. 중동에 석유 OPEC이 있듯, 한국·일본·대만이 손잡고 메모리 공급 협의체(OMEC:Organization of the Memory Exporting Countries)를 만들어야 한다. 사이클의 폭을 관리해 가격 폭락을 방지하고, 4년 주기를 완만한 곡선으로 바꿀 수 있다. 사이클은 막을 수 없지만 관리할 수는 있다. 나아가 서울에 글로벌 메모리 선물거래소를 설립해 HBM·DDR 가격을 서울에서 결정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메모리를 파는 나라와 메모리 가격을 정하는 나라의 차이, 그것이 강국과 패권국의 차이다.

마지막으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메모리만 팔아서는 10배 이익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AI 수요의 폭발에 칩을 파는 기업에서 AI를 위한 메모리를 구독경제로 파는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이다. PER 10배짜리 메모리 기업이 PER 40배짜리 플랫폼 기업이 되는 순간, 양사 시총은 지금의 2000조원에서 8000조원으로 가는 것도 상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잡은 고기 갈라먹으면 답이 없다

한국은 지금 역사에서 한 번 오는 기회 앞에 서 있다. 석유를 발견한 사우디가 아람코를 키워 국부 펀드로 나라를 먹여 살리듯,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로 21세기 국부를 설계해야 할 순간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초거대이익을 두고 정치권은 세금 더 걷을 궁리를 하고, 노동계는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갈라먹기에 바쁘다.

3교대 365일 가동하는 반도체 팹은 단 하루의 파업도 수천억원의 손실이다.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잡은 고기 갈라먹기만 하고 있으면 답이 없다. 항상 봄날이면 좋겠지만 반드시 겨울은 온다. 그 겨울이 오기 전에, 지금 이 550조원을 가지고 5500조원을 만들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동화 속 잭의 콩나무는 하늘까지 자라지만, 현실의 반도체 가격은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전략이 있다면 다음 사이클의 정점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을 수 있다. 준비된 자만이 다음 정점에 선다. 550조원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운으로 얻은 550조원, 전략으로 만드는 5500조원, 그 차이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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