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개시한 '장대한 분노 작전'이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최고지도부를 일거에 폭살시켰을 때,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무조건 항복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대공 방어망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어내지 못하고 무기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면서, 이란전은 미국의 처음 계획보다 훨씬 더 길어져 버렸다.
전쟁의 장기화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국보다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쟁 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제압한 기세를 몰아 3월 31일-4월 2일 예정됐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전쟁이 중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으며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면 중동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보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에 군사적 개입을 자제했다. ‘내정 불간섭·주권 존중·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내세우며 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중국은 자이쥔 중동 문제 특사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등에 파견하여 중재를 모색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동시에 이란의 걸프 국가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817에 기권했다.
이란의 거센 반격으로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 전개되지 않으면서, 미국의 대중 압박 수단이 점점 약화됐다. 항공모함을 포함한 핵심 전략자산을 중동 지역으로 배치하면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하는 포위망이 헐거워졌다. 또한 우리나라에 배치한 패트리엇과 사드 미사일을 중동으로 반출할 정도로 미국의 첨단 무기가 부족해졌다.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7일 방문 일정을 5~6주 연기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 15~16일 파리에서 진행된 6차 미·중 경제무역협상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의제를 조율했지만, 미국 내에서 대통령이 전쟁을 지휘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상회담을 늦춘 것이다. 정상회담의 취소가 양자 관계의 불안정성을 증폭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연기에 반대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25일 방중 일정을 5월 14~15일로 발표했지만, 전쟁이 그 전에 종결되지 않으면 또 한 번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전쟁의 장기화가 중국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은 이란에서 하루 약 140만 배럴(이란 석유 수출의 80~90%, 중국 수입의 13~20%)을 국제 시세보다 저렴하게 들여왔다. 이란의 정유시설과 가스전이 파괴되고 중동 원유의 약 40~50%를 수입하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의 공급이 단기적으로 급감했다. 비록 이란이 중국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전쟁 후 더 비싼 원유를 러시아와 중동 국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 결과 중국 정유·석유화학업체는 원유 조달 단가 상승과 운송비 증가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되어, 2월 중국 소비자 물가가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유가가 25% 상승하면 중국 GDP는 약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중국 기업의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2021년 '25년 포괄적 협력협정'에 따라 중국은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대가로 이란의 인프라·에너지·안보 분야에 약 40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의 하나로 중동 전역에 약 1230억 달러 규모의 항만·철도·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전쟁으로 이란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많은 정유·가스·항만 인프라가 손상되면서, 일부 프로젝트는 지연되거나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아직까지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있다. 에너지 믹스에서 비화석 에너지 비중이 20%를 넘어 석유 비중이 18%까지 축소됐다. 러시아로부터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수입을 확대하여 중동발 공급 차질 문제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전쟁 직전까지 약 13~14억 배럴, 약 4개월 분량의 원유를 비축해 왔기 때문에, 정부가 유가·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재정·국영기업 수익성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단기 충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호르무즈·이란 리스크로 드러난 해상 수입 의존 구조를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석유·가스 비중을 낮추는 에너지 ‘자립·요새화’전략을 가속화하면, 중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더 축소될 것이다.
이란전은 석유 거래에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달러화에 위안화가 도전할 기회의 창을 열어줬다. 미국의 금융제재에 시달려온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를 결제하는 통화로 위안화를 지정하였다. 3월 중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호위 서비스를 받은 일부 선박이 위안화로 통행료를 지급했다. 이란 의회가 약 200만 달러 수준의 통행료 징수를 입법화하면, 위안화 결제액은 최대 64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 지역에서 전쟁을 조기에 매듭짓지 못하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할 여력이 줄어들어,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돈로 독트린이 사실상 사문화될 수도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소진한 무기의 재고를 복구하는 데는 수백억 달러의 비용과 최소 3~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미국이 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을 방어할 수 있는 군사력을 빨리 확보하지 못하면, “광활한 태평양에는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는 시진핑 주석의 주장이 더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통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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