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리더에게 듣는다] 이시종 "지방소멸 해법은 개헌…단원제 한계"

  • "지역대표 상원으로 균형 회복"

  • "행정은 예측 아닌 책임"

지난 13일 이시종 전 충북지사가 아주경제 본사 ABC 스튜디오를 방문해 대한민국 리더에게 묻는다에 출연했다 사진아주경제
지난 13일 이시종 전 충북지사가 아주ABC 특집 대담 '대한민국 리더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단원제 국회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아주ABC]

“지금의 권력 구조로는 국가가 버티기 어렵습니다. 단원제 국회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이시종 전 충북지사는 인터뷰 내내 단호했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재선, 충북지사 3선을 거친 그는 스스로를 '중도·중용의 행정가'라 규정했지만, 국가 구조 개편에 대한 문제의식만큼은 분명했다.

이 전 지사는 “현재 구조는 중앙정부가 권한과 재원을 동시에 쥐고 있는 형태”라며 “지방은 선거로 단체장을 뽑을 뿐, 실질적 권한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헌법 제117조의 ‘법령의 범위 내’ 규정을 언급하며 “지방은 입법·재정 모두 중앙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이 ‘권한 없이 책임만 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대학 육성처럼 권한은 없는데 재정 부담은 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이후 인건비 부담 역시 지방으로 귀결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단원제 한계…지역대표 상원으로 균형 회복


이 전 지사는 구조적 해법으로 국회 양원제를 제시했다. 핵심은 ‘인구 대표’와 ‘지역 대표’를 분리하는 것이다.

그는 “현행 단원제 국회는 인구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며 “이미 수도권 의원 비중이 과반을 넘는 상황에서 지방의 이해가 국정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제헌 국회 당시 수도권 의원 비중은 19.5%였지만, 최근에는 비례대표를 포함할 경우 56%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는 “지방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될 통로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 간 대표성 격차도 문제로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는 국회의원 3명이지만, 충북 괴산군은 4분의 1 수준”이라며 “면적과 행정 수요는 훨씬 큰데도 인구 기준만으로 대표성이 결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수도권 집중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도입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원 설계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시·도 단위로 유사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동수 원칙’이 필요하다”며 “외교·안보·균형발전 등 국가 장기 과제를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상원의 동의권을 부여하면 제왕적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며 “입법 권력 역시 상·하원으로 분산돼 균형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한국 정치 구조를 “대통령제와 단원제의 결합”으로 규정하며 “일부에서는 이를 ‘악마의 조합’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역대 대통령 13명 중 10명이 중도 퇴임 등 ‘유고’를 겪은 반면, 미국은 46명 중 탄핵 사례가 없다는 점도 비교했다.

그는 “극단적 정쟁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며 “상원은 대통령과 하원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OECD 주요국 대부분이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단원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국가 규모와 위상에 맞는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은 예측 아닌 책임…최악 가정이 원칙


이 전 지사가 강조한 또 다른 축은 ‘행정의 본질’이다. 그는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행정은 예측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그는 1990년 충주 홍수 당시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제방이 언제 무너질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도와 중앙정부, 청와대 어디에서도 명확한 판단을 주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그는 독자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수백명 인명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 밤 8시경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며 “당시에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고 주민 반발도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피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제방이 실제로 붕괴됐다. 그는 “대피가 없었다면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행정은 맞추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정 운영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그는 “충북을 ‘2% 경제’에서 ‘4% 경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산업 구조를 선제적으로 재편했다”며 “바이오·태양광·반도체 중심 전략으로 GRDP(지역내총생산)와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 한화큐셀 투자 유치를 들었다. 그는 “공장 준공이 실패할 경우 1000억원을 배상하겠다는 각서를 썼다”며 “행정은 결국 책임을 전제로 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수와 소수를 조정하는 과정”이라며 “승자는 패자를 존중하고, 패자는 결과를 수용할 때 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개헌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다음 개헌은 권력 분산과 양원제 도입이 핵심이 돼야 합니다. 그것이 지방을 살리고 국가를 안정시키는 출발점입니다.”

대한민국 리더에게 듣는다는 오는 상반기 중 케이블TV 개국을 앞둔 ABC(AI Business Channel)의 연중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의 각종 이슈를 저명인사와 전문가를 통해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특별 대담을 진행하고 있는 이시종 전 충북지사왼쪽와 임규진 아주경제 사장 사진아주ABC
특별 대담을 진행하고 있는 이시종 전 충북지사(왼쪽)와 임규진 아주경제 사장. [사진=아주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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