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사외이사 전문성, 준비가 답이다

  • 정경희 유니코써치 전무

정경희 유니코써치 전무
정경희 유니코써치 전무

최근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상법 개정 논의와 함께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조되고 감사위원 선임 방식도 예전과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 기업 경영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을 이전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기업 전략을 점검하고 주요 투자와 거래를 승인하며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특히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시각으로 경영을 점검하고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중요하다. 이사회 논의의 상당수는 기업의 사업과 전략, 투자 판단 등 실제 경영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처럼 이사회의 책임이 강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외이사의 전문성은 어떻게 검증되고, 또 잘 준비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대두할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사외이사 선임 시 후보자의 출신 배경과 경력을 주요 기준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경영자, 장차관급 관료,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교수 등 학계 인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참여한다. 문제는 실제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경력 검토만으로 전문성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후보자의 적격성 검증과 평판 조회 등 다양한 절차 등도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사외이사의 출신 배경은 학계 36%, 공공부문 14%로 교수와 관료 출신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 출신 사외이사는 약 15% 수준에 그쳤다. 산업 현장을 이해하는 경영 경험 인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단순히 경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사회는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투자 승인과 주요 거래 검토, 전략 점검, 리스크 관리 등 이사회 안건의 상당수는 실제 경영과 직결된 사안들이 다수를 이룬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최근 기업들은 이사회 전문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사회역량지표(Board Skill Matrix)’이다. 이 지표는 기업 전략과 산업 특성에 맞춰 이사회에 필요한 전문 역량을 정의하고 그 기준에 따라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특히 감사위원 가운데 회계전문가 요건 역시 점차 강화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상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서로 달라 실무에서 이를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는 후보자의 경력증명서나 공시자료 등을 통해 자격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최근 금융당국 역시 지배구조TF를 통해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주요 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형식적인 독립성을 넘어 실제 기업 경영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이유에서다. 

사외이사 평가 역시 점차 강화되는 흐름이다. 과거에는 동료평가와 자기평가 중심의 내부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평가가 확대되고 있으며 평가 결과가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공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 확대에 비해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당수가 제도나 규정 중심의 이론 교육에 머물러 실제 이사회에서 요구되는 판단을 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의 전문성은 단순히 경력만으로 형성되기 어렵다. 그래서 사외이사의 역할 역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준비될 필요가 있다. 최고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이 존재하듯 이사회 역할을 이해하고 기업 경영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사회 책임이 확대되는 지금,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준비하고 축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와 검증은 강화되고 있지만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경험과 교육의 구조는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기업 의사결정에 통찰을 더하는 존재가 될 때 이사회 역시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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