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메모리 경쟁력 약화와 수조원대 손실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농성까지 경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라 노사 간 타협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오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쟁의행위 돌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경영진 규탄 대회를 연 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에게 서한을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전삼노 측은 "회사 위기 상황에 공감하며 임금 교섭에 임해 왔다"면서 "사측은 조정 마지막 단계까지도 합리적인 제도 개선 요구를 철저히 묵살했고 이에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8일 법적 쟁의권을 확보하며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9일부터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3.1%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투표에는 전삼노를 비롯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23일 집회를 열고,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 노조 출범 후 두 번째 파업이 된다. 지난 2024년 7월에도 총 25일간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인 OPI는 실적이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 이익의 20%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사측은 50% 상한을 유지하는 대신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와 '영업이익의 10%' 가운데 직원이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노조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다. 사측은 OPI 상한을 폐지하면 현실적으로 초과 이익 달성이 어려운 대다수 사업 부문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을 우려한다.
파업이 시작되면 반도체 생산 일부 시설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소속이기 때문이다. 3개 노조 중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초기업 노조의 경우 전체 조합원 6만8015명 중 DS부문 소속이 약 70%에 달한다.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극한 경쟁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업손실 규모가 최대 9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평택캠퍼스의 경우 시간당 (영업이익을) 80억~90억원 번다"며 "18일간 파업하면 최소 5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농성까지 예고한 것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강한 의지 표명"이라며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사측이 노조 요구를 조율하려는 의지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갈등이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성과 보상 체계 전반을 둘러싼 구조적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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