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동맹도, 내부 결속도 흔들리는 이란 전쟁… 힘의 과시는 출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외친 것은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 오히려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한 조급함과 고립의 징후에 가깝다. 같은 날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들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군사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데 대해 “매우 어리석은 실수”라고 비난하면서도, 미국은 그들의 도움이 없어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상반된 메시지는 전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다. 동맹의 지원을 압박하면서도 동시에 필요 없다고 말하는 태도는 전략이 아니라 감정의 표출에 가깝다. 

문제의 본질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적 타격의 강도에 비해 정치적 목표를 얼마나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느냐에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후 이란 본토와 연계 세력에 대한 공세를 이어 왔고,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안보 지도부를 겨냥한 제거 작전까지 확대했다. 


이스라엘은 17일 알리 라리자니와 바시즈 민병대 수장 골람레자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고 발표했고, 이는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가장 큰 수준의 지도부 타격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스라엘 안팎의 전문가들조차 이런 ‘참수 작전’만으로 정권 붕괴나 전쟁 종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의사결정 체계를 흔들 수는 있어도, 대체 인력과 강경파가 곧바로 메우면 전쟁은 더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전쟁은 축소가 아니라 확산의 경로를 밟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지상작전을 개시하며 전선을 넓혔고, 이는 헤즈볼라라는 이란의 핵심 역내 축에 대한 직접 압박이다. 이미 가자지구, 시리아, 이란에 걸친 다중 전선에 더해 레바논 침공까지 본격화되면서, 전쟁은 특정 목표를 신속히 달성하는 국면이 아니라 장기 소모전으로 기울고 있다. 전술적 성과가 쌓이더라도 그것이 정치적 안정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전쟁은 더 넓은 지역 불안정만 남길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이 동맹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전쟁 종식을 촉구했고, 유럽이 해협에 군사력을 보내는 데는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영국도 직접 군함 파견을 거부했고, 한국 외교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군함 파견 요청 여부에 대해 공식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모든 결정은 헌법과 법 절차에 따를 것이라는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해협 봉쇄와 기뢰 위협 속에서 상선 호위 임무조차 사실상 ‘살상 구역’에 군함을 넣는 일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동맹국들이 쉽게 응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이 아니라 상식적 신중론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도 해군 호위만으로는 안전한 통항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거래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병목지점이다. 이곳이 사실상 닫히거나 위협받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임, 보험료, 공급망 불안이 연쇄적으로 튄다. 17일 국제유가는 이란의 추가 공격과 공급 우려 속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03달러대로 뛰었다. 전쟁이 “끝이 보이는 작전”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비용을 키우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부담은 미국 국내 정치에도 되돌아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 조 켄트는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며 전쟁에 반대하고 사임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란 전쟁을 이유로 물러난 첫 고위 당국자다. 켄트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크고, 그의 개인적 이력 또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전쟁 반대가 반(反)트럼프 진영만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내부에서도 “끝없는 전쟁을 피하겠다”던 ‘미국 우선주의’와 지금의 전쟁이 충돌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탈이 아니라, 전쟁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보수 진영 내부의 균열 신호다. 

결국 이번 전쟁이 드러내는 것은 군사력의 한계다. 군사적 우위는 입증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원하는 정치 질서를 설계할 수는 없다. 이란 지도부를 제거한다고 해서 곧바로 친서방 질서가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헤즈볼라를 밀어붙인다고 해서 레바논의 안정을 자동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강경파를 강화하고, 지역 전체를 더 오래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남긴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쟁은 시작하는 쪽이 시간을 정할 수 있어도, 끝나는 시점과 종결 조건까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여기서 취해야 할 태도는 분명하다. 미국의 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략 목표가 불분명한 전쟁의 위험한 뒷감당까지 자동으로 분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호르무즈 해협 불안은 우리에게 에너지와 물가, 금융시장 문제로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감정적 편승이 아니라 냉정한 국익 계산이 우선돼야 한다.

국제 공조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군사적 동참의 강요가 아니라 외교적 중재, 항로 안전의 제도화, 에너지 수급 다변화, 시장 불안 완화라는 현실적 수단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거친 말과 더 센 압박이 아니다. 동맹을 시험하고, 기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식의 정치는 불안을 키울 뿐이다. 전쟁의 목표가 불분명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데도 힘의 과시만 앞세운다면, 그 전쟁은 결국 승리의 서사가 아니라 실패한 오판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말 책임 있는 국가라면 이제는 얼마나 더 파괴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디서 멈추고 어떤 질서로 수습할 것인지를 답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원칙이고, 상식이다.  
 

18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중부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알리 라리자니 사망과 관련해 “성스러운 이란 땅에서 억압받았지만 용감했던 순교자들의 피로 손을 물들인 테러리스트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복수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중부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알리 라리자니 사망과 관련해 “성스러운 이란 땅에서 억압받았지만 용감했던 순교자들의 피로 손을 물들인 테러리스트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복수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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