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집 앞에 놓인 쿠팡이나 컬리의 배송 상자를 보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밤에 주문한 상품을 이른 아침에 받아보는 '새벽배송'은 한국 유통산업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서비스가 됐다.
최근 정치권에선 새벽배송 허용 대상을 대형마트로 넓히는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여당·정부·청와대는 지난달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유통 시장 공룡으로 자리매김한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과 형평성을 맞추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대형마트는 2012년 시행한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따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이 불가한 상태다. 이는 새벽배송 시장을 쿠팡이 사실상 독점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당·정·청은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온라인 배송을 제외해 특정 업체의 독점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엔 관련 법안도 제출된 상태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 대상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은 제한 없이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소상공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골목상권에 대한 사형 선고이자 소상공인을 향한 선전포고'라는 게 이들 입장이다. 새벽배송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김동아 의원 지역사무소를 찾아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사실상 마지막 안전망을 걷어내는 조치라고 지적한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이어 자본력과 물류망을 갖춘 대기업에 새벽배송 권한까지 주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소상공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와 업종이 겹치는 동네 슈퍼마켓의 호소는 더욱 절박하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쿠팡 독주를 막겠다며 대형마트 규제를 푸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한다. 거대 유통 공룡들 간 경쟁 속에서 아무 잘못 없는 중소상인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벽배송 허용을 계기로 의무휴업 규제까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실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2018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은 제도로, 대기업과 골목상권 간에 최소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유통산업의 변화는 막을 수 없다. 제도 역시 시대적 흐름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 변화에 따른 비용이 사회적 약자에게만 집중된다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79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 경제의 뿌리다. 특정 업체 견제를 이유로 골목상권을 희생시키는 정책은 결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정책은 속도보다 공정함과 균형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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