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땅에 딛지도 못하겠어요."
통풍 환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통증은 격렬하다. 이름에 '풍'이 들어가 중풍과 비슷한 병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풍은 요산 대사 이상으로 발생하는 전혀 다른 병이다.
통풍은 한때 '황제의 병', '부자의 병'으로 불렸다. 과거 육류와 술을 풍족하게 소비할 수 있던 왕족과 귀족에게서 흔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과 잦은 음주는 특권층의 상징이었고, 통풍은 그 부산물처럼 여겨졌다. 누구나 즐기는 고기와 술이 '선택받은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으니, 참 아이러니한 역사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식습관의 서구화와 음주 문화, 과당 섭취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통풍은 특정 계층의 질환이 아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실제 환자 수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통풍 환자는 2018년 43만여명에서 2022년 50만여명으로 18%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증가율이 가장 높다. 과음과 고지방·고단백 식습관이 젊은 층 통풍 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풍의 출발점은 요산이다. 음식 섭취 후 체내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요산은 보통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콩팥이 이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게 되면 혈액 속 요산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혈중 요산이 일정 농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 녹아 있지 못하고 뾰족한 바늘 모양의 결정으로 변한다. 이 결정이 혈액 순환이 느린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에 침착한다. 면역체계는 이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고, 그 결과 염증과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요산은 발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릎·손목·손가락 등 여러 관절로 퍼질 수 있고, 콩팥과 혈관에도 영향을 미쳐 신장 질환 위험을 높인다.
이주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은 주로 하지 엄지발가락이나 발목에 발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지쪽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요산 결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육안으로 확인되는 요산 결정 덩어리가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통풍을 단순 '반짝 질환'으로 여기는 인식이다. 약을 먹고 통증이 가라앉으면 치료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통풍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다. 재발 가능성이 높고, 고혈압·당뇨병 등 다른 대사 질환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통풍을 둘러싼 오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맥주만 피하면 된다"거나 "맥주 대신 소주를 마시면 괜찮다"는 생각이다. 맥주 효모에 퓨린이 많다는 점에서 비롯된 인식이다. 그러나 알코올은 종류와 관계없이 요산을 증가시킨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술의 종류가 아닌 음주량이다.
술을 줄였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탄산음료와 주스 등에 들어 있는 액상과당은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요산 생성을 촉진한다. 가당 음료를 하루 두 잔 이상 섭취하는 사람의 통풍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85% 가량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통증 관리 방법에 대한 오해도 있다. 냉찜질을 할지 온찜질을 할지 헷갈릴 때는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관절이 붓고 열이 날 때는 냉찜질이 원칙이다. 혈관을 수축시켜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얼음은 수건에 감싸 15~20분 이내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 시기에 온찜질을 하면 염증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붓기가 가라앉은 만성기에는 온찜질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주하 교수는 "다른 약제나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 순수한 통풍이라면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요산 생성을 증가시키는 음식은 절제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식이 조절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단 관리에서는 퓨린 포함량이 적은 음식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채소라고 다 안전한 건 아니다. 시금치·아스파라거스·버섯 등은 채소 중에서도 퓨린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건강식으로 알려진 귀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요산 관리 측면에서는 현미나 귀리보다 백미가 부담이 적을 수 있다. 퓨린이 많은 음식들에는 대표적으로 내장류, 등푸른 생선, 갑각류 등이 알려져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