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는 고유가 시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기름값 상승으로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추가로 급등할 경우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압박하고, 이는 소비 위축을 통해 한국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23.07원으로 전일(1702.07원)보다 21원 상승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셋째 주(15~19일) 11주 만에 상승 전환한 이후 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상승 흐름은 2월 중순까지 이어진 국제유가 반등의 영향이 뒤늦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분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한때 원·달러 환율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유가도 점차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중동발 악재가 재차 불을 지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인근 산유국을 공격한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고,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에 근접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체감 부담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문제는 현재 여건이 당시보다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고착된 상태이고, 유류세 인하율은 과거보다 축소돼 있다. 세수 감소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인하폭을 다시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중동 리스크까지 가세하면서 국제유가의 상방 압력은 오히려 더 커진 모습이다.
고유가의 충격은 가계 부담에 그치지 않고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및 2월 반도체 수출 호조’ 보고서를 통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0.4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조건에서 소비자물가는 0.60%포인트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동시에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스태그플레이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씨티는 앞서 올해 2~4분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62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추가 상승할 경우 한국은 대만에 이어 주요 아시아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GDP 성장률 하락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고환율 조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에너지 가격 변동이 물가와 성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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