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유럽은 통합 대응, 한국은 구조 흔들림… AI 시대 청년고용 대책 서둘러야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해외 청년고용정책 실태 분석 및 정책 제언’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 주요국들은 청년고용 문제를 단순 실업 대책이 아닌 구조 전환의 과제로 인식하고, 고용·교육·직업훈련을 연계한 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의 특성과 실업 위험 수준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정책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핀란드는 ‘오자모’와 같은 원스톱 서비스센터를 통해 상담·직업훈련·취업 연계를 통합 제공하고 있고, 아일랜드는 장기실업 위험 수준에 따라 단계별 지원 체계를 가동한다. 법적 기반도 갖췄다. 핀란드는 청년법으로 정책 연속성을 보장하고, 아일랜드는 국가 전략 아래 중앙·지방·기업 협력 구조를 제도화했다. 기술 변화가 고용에 미칠 충격을 전제로 선제 대응에 나선 셈이다.

반면 한국의 고용지표에서는 AI 시대 청년고용에 대한 안일함이 엿보인다. 

올해 1월 고용통계 따르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8천 명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최대 감소 기록이다. 농림어업을 제외하면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산업분류 개편 이후 최대 감소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다는 점에서 단순한 계절 요인으로 넘기기 어렵다. 법률, 회계, 컨설팅, 조사·연구 등 이른바 ‘안정적 전문직’으로 여겨지던 분야에서 동시다발적 감소가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흐름은 청년 고용 침체와 직결된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21개월 연속 하락했다. 최근 3년간 감소한 청년 일자리 대부분이 AI 고노출 직종에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대규모 해고 대신 채용 동결과 신입 축소가 확산되고 있다. ‘조용한 채용 중단’이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경기 둔화가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전문직 노동시장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서 검토, 자료 분석, 보고서 작성, 계약서 초안 작성 등 초년 전문직의 핵심 업무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기업은 효율을 얻지만, 청년은 진입 경로를 잃는다. 성장 사다리의 첫 단추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학력과 자격을 갖추면 안정적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신뢰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공인회계사 합격자 상당수가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는 현실은 상징적이다. 전문직 시험 열기가 빠르게 식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회 진입 통로가 좁아지는 구조적 변화다. 

유럽은 이러한 변화를 고용·교육·훈련을 통합한 체계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사업별·부처별 대응에 머물러 있다. 청년기본법이 존재하지만 정책 대상 세분화와 위험군 관리 체계는 미흡하다. 산업정책과 고용정책은 따로 움직이고, 교육개혁은 노동시장 변화와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첫째, 청년을 위험군별로 분류하고 단계별 맞춤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장기실업 가능성이 높은 집단에는 집중 상담과 재교육을 제공하고, 저위험군에는 신속한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교육과 산업 현장을 실질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대학과 직업훈련 과정에 AI 활용과 검증 능력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기업 참여형 훈련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 단순 스펙 경쟁이 아니라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중앙·지방·기업이 함께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분절된 사업으로는 구조적 충격을 완화할 수 없다. 정책 전달 체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 

AI는 일자리를 모두 없애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준비 없는 사회에는 충격이 집중된다. 변화의 비용을 청년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전문직 고용의 균열은 한 업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의지해 온 ‘교육-취업-중산층’ 경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다. 유럽은 이미 전환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한국이 관망을 이어간다면, 기술 발전의 성과는 일부에 집중되고 비용은 다수가 떠안게 될 것이다. 

AI 시대 청년고용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지금 설계하지 않으면, 훗날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지금이 정책 전환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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