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댓글에서 시작된 그림, 키크니의 이야기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이야기를 스쳐 지나간다. 댓글로 남겨진 짧은 고백, 웃음 섞인 푸념, 차마 말하지 못한 사연들. 키크니의 한 컷 만화는 그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이야기들에 잠시 멈춰 서게 한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평범해서 지나쳤던 감정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키크니는 거창한 메시지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림은 담백하고, 선은 투박하며, 말은 짧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하루가 있고,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마음이 있다. 그는 “그림을 잘 그리려 애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이야기가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림은 감정을 돕는 보조 수단일 뿐,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의 사연이 놓여 있다.

수만 개의 댓글을 읽고, 그중 아이디어가 떠오른 사연만을 조심스럽게 꺼내 한 컷에 담는다. 공감이 되지만 모두에게 닿지 않을까 망설이며 포기한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늘 ‘경계’가 있다. 오해하지 않도록, 상처가 되지 않도록,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유명해졌지만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선택도 그 연장선에 있다.

키크니에게 그림은 직업이 되었고, 동시에 삶이 되었다. 직장인처럼 하루의 루틴을 지키고, 체력을 관리하며, 오래 그리기 위해 자신을 단속한다. 가늘고 길게, 뒤처지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그의 목표는 압도적인 성공이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 그릴 수 있는 상태다.

이 인터뷰는 한 명의 인기 작가를 조명하기보다, 한 사람의 태도를 기록한다. 수많은 사연 앞에서 조심스러워하는 태도, 평범한 삶을 지키려는 태도, 그리고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믿음. 키크니의 한 컷 만화가 주는 위안은 바로 그 믿음에서 시작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인터뷰 속 이야기들은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키크니의 그림이 우리에게 닿는 이유다. 특별하지 않은 오늘을, 별일 없이 살아가는 삶을, 그는 오늘도 조용히 한 컷에 담고 있다.

키크니 사진 김호이 기자
키크니 [사진= 김호이 기자]


한컷 만화를 통해서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는데 처음에 어쩌다가 이 일을 하게 된 건가
- 처음에는 일상 만화를 취미로 그리다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시더라. 댓글을 바탕으로 제 생각대로 재미 요소를 넣어서 그림을 그려봐도 좋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생각보다 좋아해주시고 저도 재밌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요즘은 퍼스널 브랜딩 시대다.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뜻이 뭔가 
-아무 생각 없이 초창기에 제가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 비해서 덩치도 크고 키도 큰데 좀 더 마음가짐이 단단해졌으면 해서 만든 이름이다.

2019년 한 인터뷰에서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100만이 넘는 SNS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전시회까지 진행되는데 유명해지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게 있나
- 팔로워가 많은 편이지만 온라인으로만 소통을 해왔어서 유명해진 게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하하). 

작가님이 키크니라는 걸 누구까지 아나
- 제가 방송 출연을 하고 나서 처음에는 "얼마나 보겠어" 했는데 알고 보니까 어마어마하게 많이 보더라. 그 이후로 많이 알아보는 분들이 계셔서 친한 친구들과 부모님, 친척들 정도 아는 것 같다.

실물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실물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떻게 생긴지 말해줄 수 있나
- 저는 제 인스타그램 프로필 그림이랑 큰 차이는 못 느끼는 것 같고, 덩치랑 키가 큰 편이다.

'으라차차 키크니 작명소’와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다’ 사연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정말 그리고 싶은 사연이 있었지만 차마 그리지 못한 사연이 있나 
-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면 다 하고 싶지만 아이디어가 나와야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선정 기준은 없다. 댓글을 봤을 때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그린다. 그래서 댓글을 10000개 이상 볼 때도 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
- 가슴이 아픈 사연도 많고 공감이 돼서 그려드리고 싶지만 제가 공감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게 전달이 잘 될까를 고민하다가 포기한 사연들도 많다. 그리고 무지개 에스컬레이터를 그린 장면이랑 유기된 반려동물에 대한 사연들이 기억에 남는다.

댓글을 묵혀둔 후에 나중에 그릴 때도 많이 있나
- 사연을 많이 보지만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별로 안되기 때문에 예전 댓글을 꾸준히 계속해서 많이 본다. 그때 당시에는 안 떠올랐지만 나중에 봤을 때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이 일을 시작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한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나
- 건강해야 되고 체력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꾸준히 건강관리와 운동을 오래해야 제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디어도 체력이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다. 평균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맞춰야 되는 것 같다. 

작업을 할 때 작가님만의 철칙이 궁금하다
- 작가 분들 중에서 밤낮이 많이 바뀌거나 밤에 작업을 해야 잘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직장인 같은 루틴으로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저녁 7~8시 정도 되면 운동이나 개인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루틴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래야 건강이 안 망가질 수 있다.

사연을 어떻게 그릴까에 대한 구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나
- 저는 댓글을 보고 어떻게 그릴지를 생각한다. 많이 달린 댓글들이 창작의 원천이다. 그 사연이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과 연관된 댓글이더라도 제 생각에 따라서 단편선으로 나올 수도 있고 다른 시리즈로도 관련이 되더라.

MBTI가 어떻게 되나
-저는 ENFP가 나왔었는데 지금은 I같다.

작가님의 사연들이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그릴 때 어떤 영향을 주나
- 동질감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연이 많다보니까 제가 공감을 느끼는 게 중요한데 제가 공감을 많이 할 수 있는 건 일반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사연을 그린 후 사연의 당사자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힘을 실감했을 때가 있나
- 사연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실제로 당사자를 만나면 신기하다. 오해하는 요소 없이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작가님 스스로의 사연을 그린 적도 있나
-일상 만화 같은 것도 올리기 때문에 제가 겪었던 일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아닌 요즘 작가님의 가장 큰 고민과 사연이 궁금하다
- 온라인으로만 소통을 하다가 오프라인으로 전시라는 걸 하게 되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온라인은 저 혼자 소통하면 되는 거라서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고 오해가 생겨도 제가 즉각 대응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오프라인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혹여나 소통의 문제로 제 작품을 보는 분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다. 오해나 불만이 쏟아지는 걸 경계한다.

작가님의 삶을 한컷으로 그린다면 어떤 그림들이 그려질까 
-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하하). 그림을 그리는 삶이 저라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작가님에게 그림을 잘 그린다는 기준은 뭔가
-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할 때는 그림을 잘 그리려고 애쓰지 않는다. 최대한 글을 전달함에 있어서 보조적인 수단인거지, 그림을 예쁘게 그리려고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제가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습관들이 있나
-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드라마나 영화 등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작가님에게 SNS는 어떤 존재인가. SNS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달라진 게 있나
- 이렇게 까지 SNS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알고 시작한 게 아니다. 저한테 SNS는 그림을 올리고 댓글 통해서 소통을 하는 공간이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일단 해보겠지만 안되면 안 해보겠습니다’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일단 그렸다가 완성이 되지 않은 사연들이 얼마나 되나
- 그림을 먼저 그리기 보다는 사연을 보고 안 떠오르면 쟁여두고 있다. 

요즘 ‘일단 해보고 안되면 안 해보겠다‘하면서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게 있나
-전시회나 팝업스토어 등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프라인을 잘할 자신은 없었다. 제 콘텐츠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게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제안이 많이 들어와서 이게 잘 되든 안되든 재밌다고 생각이 되면 하는 사람이다. 반응이 없어도 경험이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좋다고 생각한다. 제 본업이 그림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 실패도 해보고 경험도 많이 해보려고 한다.

직업병이 있나. 그리고 직업병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나
- 어디서나 작명이 될만한 것들이 제가 원하지 않아도 생각이 나거나 메모를 하는 습관이 많이 생겼다. 재밌는 일이 생겼을 때는 이건 에피소드로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도 그림의 영역을 넘나드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목과 허리가 안 좋아지는 진짜 병을 얻기도 했다(하하). 

작가로서 키크니, 사람으로서의 키크니는 어떤 사람인가
- 작가로서 키크니는 꾸준함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으로서의 저는 많은 걸 경계를 하면서 평범함을 누리려는 사람이다. 키크니라는 브랜드와 저 스스로를 분리하면서 살고 있다.

직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점인가
- 3점 정도된다. 보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부담이 지켜지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게 있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SNS는 제가 주기적으로 올려야 되기 때문에 그림을 몇달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서 오는 피로감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 것 같나
- 그림에 대한 평가를 받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키크니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키크니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요즘 작가님의 꿈이 궁금하다. 요즘 작가님의 큰 그림은 뭔가
- 꾸준하게 뒤쳐지지 않는 선에서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사람들을 조금이라고 즐겁게 하거나 다양한 감정을 나도 느끼고 그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가늘고 길게 갔으면 좋겠다.

먼 훗날이라도 얼굴과 실명을 공개할 생각이 있나
-  저는 굳이 그럴 필요성이 없어서 공개를 안하는 거다. 공개한다고 드라마틱한 변화도 없을 것 같아서 이대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각자의 사연이 있지만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이야기인 것 같다. 사연들을 보면서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그림으로 최대한 보여드리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게 그림을 꾸준히 그릴 거다. 대다수의 비슷한 사람들이 사는 거니까 별 일 없이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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