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가상자산법…2단계 입법 미루다 '소 잃은' 금융당국

  • "업비트 중징계 어려울 것" 지적에…'무과실 배상' 도입 추진

  • 2023년 입법 당시 추후 보완 예고…2년 6개월째 '깜깜무소식'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해킹·전산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자 과실이 없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지만 관련 제재나 배상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비난이 커지면서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 제정 당시 보완입법을 예고했던 금융위원회가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에도 해킹·전산 사고에 대한 무과실 배상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업비트에서 발생한 445억원 규모의 해킹 사고와 관련해 중징계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는 금융사·전자금융업자에 해킹·전산 사고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사업자는 전자금융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행 가상자산 법안에도 해킹·전산 사고 관련 조항은 없다.

이 같은 금융당국 움직임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금융위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차일피일 미루다 가상자산 업계에 경각심을 심어 줄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2023년 가상자산법 최초 제정 당시부터 2단계 입법을 예고했다. 김주현 당시 금융위원장도 가상자산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토큰증권(STO)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가상자산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내용의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 무과실 책임 원칙 도입 등에 대한 검토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이 작년 5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가상자산법 부대의견 이행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좀처럼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위한 정부안을 내놓지 못했다. 2023년 6월 1단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내 법안 발의를 위해 10일까지 정부안을 달라고 최후통첩한 상태다.

그러는 사이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크고 작은 전산 사고가 이어졌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지난 9월까지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전산 사고가 20건 발생했다. 이로 인한 피해자 수는 989명, 피해 금액은 41억3241만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전자금융거래법 적용이 안 돼 가상자산법을 통해 규율해야 한다는 점은 1단계 입법 때부터 제기된 문제”라며 “2단계 입법이 제때 이뤄졌으면 업계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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