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악화일로'…中, 희토류 수출 지연·전투기 레이더 조사로 압박 강화

  • 日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 지연…"관계 악화가 배경일 수도"

  • 中함재기 J-15, 日F-15에 레이더 조사…日방위상 "매우 유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UPI·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UPI·연합뉴스]

중·일 관계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한 달째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중국이 일본 기업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를 지연시키고 중국군 전투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하는 등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7일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의 일본 기업 대상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가 최근 평소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중·일 관계 악화가 배경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는 중국 측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희토류를 포함한 중요 광물의 수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고의적인 괴롭힘인지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를 활용해 일본을 동요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과거 갈등 상대국을 상대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희토류를 외교·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올해 4월에는 미국과의 상호 관세 갈등 속에서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고, 2010년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충돌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희토류 조달처 다변화와 재활용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2009년 85%에서 2020년 58%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중국산 비중이 큰 상황이다.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군 전투기가 공해 상공에서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에 간헐적으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7일 밝혔다. 방위성 발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2분께부터 약 3분간 오키나와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발착한 중국군 J-15 함재기가 탐지됐으며, F-15는 영공 접근 경계 임무 중 긴급 발진한 상태였다. 영공 침범은 없었다. 이어 오후 6시37분부터 약 31분간 또 다른 J-15 전투기가 다른 F-15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했다. 방위성은 피해는 없었지만 항공기 안전 비행 범위를 넘는 위험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중국 측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중국군 항공기의 레이더 조사를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는 공격 목표를 지정하는 화기 관제용이나 주변을 탐지하는 수색용으로 활용되지만, 중국군의 구체적 의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방위성 관계자는 "수색 용도라면 간헐적으로 행할 필요가 없다"며 화기 관제용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돼 있어 긴장감이 한층 높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일에는 중국이 동아시아 전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해상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동아시아 해역 곳곳에 해군·해경 함정을 대거 배치했으며, 한때 배치된 함정이 100척을 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해방군이 연말에 통상적으로 군사훈련을 강화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훈련 명칭은 물론 어떠한 공식 발표도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일 갈등은 민간 분야에도 파급되고 있다.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편 무료 취소·변경 조치 기간을 당초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차이롄서, 제일재경, 21세기경제 등 중국 매체와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중국국제항공·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은 "3월 28일 이전 출발편에 대해 무료 취소·변경이 가능하다"고 전날 공지했다. 지난 11월 중순 발령된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이 사실상 최소 3개월 이상 연장된 셈이다.

이번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달 7일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나온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다. 오카다 가쓰야 입헌민주당 의원이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질의하자 다카이치 총리는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가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본격화했다. 쉐 총영사는 지난달 9일 게시물에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가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들이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위협성 표현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후 중국은 발언 철회를 요구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질문자가) 사례를 들었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성실하게 답변한 것"이라며 중국을 도발할 의사가 없었음을 내비치거나 "정부의 기존 견해를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달 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대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1972년 일·중 공동 성명 내용 그대로인지를 질문받고 "정부의 기본 입장은 1972년 일·중 공동성명 그대로이고 이 입장에 일절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은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며, 일본은 "중국의 대만 영유권 주장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년 1월 베이징을 방문하려던 쓰쓰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회장 등 재계의 양국 교류 실현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이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대대적인 대일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대대적인 대일 비판에 일본은 수세에 몰리는 장면이 눈에 띄어 반격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또한 "수동적인 자세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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