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순간을 포착하는 것과 그 자체의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뉴욕과 스페인 해변, 한국에서의 기억까지, 다양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음악과 문학 등 다른 영역에서 영감을 얻는다. 요시고에게 사진은 여행과도 같아, 멀리 떠나야만 특별한 순간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늘 호기심과 관찰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가 여행이다. 그의 사진은 그래서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삶과 순간을 깊이 경험하고 공유하는 기록이 된다.
작가님은 일상에서 어떤 순간에 가장 ‘찰나의 아름다움’을 느끼나
- 일상에서 항상 찰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삶의 구서구석에서 찰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건 카메라를 들 힘에서 나온다. 작가로서 항상 모든 순간을 포착하려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기록 하고 싶은 순간에 카메라를 꺼낸다.
카메라를 매일 가지고 다니나
카메라는 애증의 관계인데 6개월 동안 휴식기간을 가졌다가 1년 동안은 모든 순간들을 포착하다가 나중에는 화가나서 카메라를 내려놓는 시기들이 있다. 카메라와의 관계가 인생과도 같다.
카메라를 놓고 다닐 때 찍고 싶은 순간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휴대폰 사진도 많이 찍나
- 휴대폰으로 찍지는 않고 "아, 젠장 놓쳤네. 이건 억지로 눈으로 감상해야겠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순간들이 저한테 의미가 있는데 그래야 눈으로 환상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자주 찍으시는데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공간이 있나
-자연 속에 있으면 자연에 질려서 도시를 찍게 되고 너무 도시에만 있으면 질려서 자연을 찍게 돼서 경계가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애착이 가는 공간은 스페인에 있는 콘차 해변인데 애착이 많이 가고 작품으로 많이 등장한다. 1년에 3~4개월 정도만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기를 굉장히 좋아하고 그 공간을 많이 포착해서 특별히 애착이 간다.
요시고에게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
-제게 한국은 특별한 곳이고 정이 많이 가는 곳이다. 처음 내한이 예정됐을 때 코로나 때문에 취소가 돼서 한이 있었다. 처음 갔던 곳은 부산이었는데 두번째 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착이 많이 간다. 스페인에 있을 때 한국과 관련된 뉴스가 들리면 제 스스로 한국의 외교관 같다는 생각이 든다(하하).
작가님에게 ‘기억’이란 어떤 의미인가. 사진과 글을 통해 기억을 어떻게 다루나
-제게 기억은 해로운 존재다. 시대를 초월하는 사진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억과 연관해서 사진 찍는 걸 경계한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걸 싫어하는 거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언제 어디서 찍었고 어떤 시대에서 찍었는지 대략 추측이 되기 때문이다. 카메라로 찍으면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안나오도록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다. 관람객들이 특정한 시대와 연관 짓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기억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창작을 위한 영감을 어디에서 가장 많이 받나
-사진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 음악과 사진을 연결시키는 걸 좋아한다. 음악 뿐만 아니라 음성, 특정 사운드 등 관람객들이 이게 사진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걸 추구한다. 사진과 무관한 영역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 책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하다
-음악과 레코드, 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데, 알고 있는 걸 계속 들으면 질리는 경우가 많아서 낯설거나 재미없을 것 같은 걸 사서 듣는다. 낯선 것들에 노출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장점을 찾는 것처럼 사진에 적용했을 때 서사가 있는 사진만 찍는게 아니라 뜬금 없거나 이상한 사진을 나열하면서 스토리를 발드업 하는 걸 좋아한다. 책과 문학을 통해서는 뉴욕 사진을 하나의 큰 책으로 설명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데 난해한 꿈을 담으려고 했다. 그래서 흐릿하게 표현을 했는데 문학이 난해하다는 점에서 영감을 받았다.
요시고 작가님의 사진은 감성적인 색감으로 유명하다. 사진 보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나
- 사진 보정에 있어서 감성적인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 찍으면서 포착하는 순간에서 색감이 얼마나 잘나오지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진은 빛과 색깔의 조화라고 본다. 빛이 50%, 색감이 50%를 차지하는데 보정을 통해서 그걸 강조하기 보다 원래 포착할 때 색감이 얼마나 많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 어느 쪽에 더 애착이 있나
-각자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애착이 가는 건 없다. 디지털이 조금 더 실험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아날로그는 시대를 초월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이루는 걸 좋아한다.
한 장의 사진을 고르기까지 평균 몇 장을 찍나.어떤 기준으로 ‘좋은 사진’을 골라내나
- 굉장히 많이 찍는다. 특정한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100장~300장까지 찍을 때도 있다. 사진을 고르면서 눈에 들어오는 걸 사용한다. 사진이 잘 찍힌 것보다 눈에 들어와서이다. 이상하게 찍혀있는 사진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내는 작가님의 비결은 무엇인가
- 비결은 없다.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데 머그잔에 빛이 반사됐을 때 그 순간 마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자신이 스스로 축복받은 사진가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 제가 가지고 열정에서 비롯된다. 열정이 결국 행복의 원천이고 이 일을 꾸준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제 꿈이 이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어디로 떠나고 싶나
- 이탈리아다. 최근에 운전면허를 땄다. 이번에는 필름카메라로 찍는게 목표다. 미국 루트 66 도로에서 찍는 사진과 비슷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걸 찍고 싶은지 의도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여행할 거다.
마지막으로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멀리 갈 필요없다. 자주 갔던 길이더라도 새로운 길로 가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을 하나의 태도이기 때문에 대상을 바라볼 때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 그게 곧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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