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9일 경제8단체를 만나 경제계 우려를 청취했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을 비롯해 자본시장 관련 법안 추진에 속도조절을 언급하며 신속한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와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8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정부에서 공포한 1·2차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대한 경제단체 의견을 들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입법속도와 우선순위 문제가 다 걱정이다. 상법에 이어 노란봉투법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되다보니 기업들의 걱정이 많다"며 "상법의 경우 3%강화룰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까지 한꺼번에 개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생길 경우 보완하겠다고 (국회에서) 했지만, 현장에서는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상법 1차 개정 때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주주인지, 총주주인지, 전체주주를 말하는 것인지를 두고 해석의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2차 개정이 이뤄지다보니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면서 "(향후) 배임죄를 비롯해 경영판단의 원칙 등과 같은 보완 입법이 우선 이루어지고 추가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심도 있게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권칠승TF단장은 "우리나라에는 과도하거나 중복된 경제 형벌에 대한 지적이 오랫동안 있어왔다"며 "배임죄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뿐, 기업 활동과 민생 경제를 옥죄는 여러가지 제도들이 많이 있다"고 답했다.
권 단장은 "일각에서는 이런 논의가 재계를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민주당의 목표는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도전적 경영 판단을 지원하고 또 보상과 책임이 필요한 경우에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 그리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애로사항을 모두 가감 없이 말씀해달라"며 "TF가 경청하고 검토해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여야 대표도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배임죄 완화에 대해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3차 상법 개정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오기형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상법을 개정했으니 법 개정이 다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야구 경기에 비교하면 이제 2회를 마치고 3회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2014년 일본의 이토 보고서를 언급했다. 일본은 이토 보고서를 토대로 약 10년 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등 시장의 구조를 개편해나갔고, 결과적으로 34년 만에 일본의 닛케이 지수가 장중 3만7000선을 돌파했다.
오 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동안에는 자사주 제도에서 의무 공개 매수 제도를 포함한 자본시장 개정안 논의를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들에 대해 뚜벅뚜벅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에서는 오 위원장과 권 단장을 비롯해 김남근, 안도걸, 정준호, 이성윤 의원, 염승열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경제단체에서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오기웅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선우정택 상장협 상근부회장, 이상호 한경협 본부장, 정희철 무협 본부장, 박양균 중견련 본부장, 김준만 코협 본부장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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