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시바, 사임 전 유엔 총회서 전후 80년 메시지 가능성..."당 균열" 반대 목소리도

  • "이시바, 80년 메시지 '유언'처럼 생각해"

  • "퇴진 직전 견해 공표, 당내 균열 낳을 수 있어"

지난 7일 사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EPA연합뉴스
지난 7일 사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전후(2차대전 종전 후) 80년 메시지를 이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공표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지지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가 사임 전 마지막으로 자신이 공을 들여온 전후 담화 발표를 실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시바 총리는 올해 전후 80년을 맞아 각의(국무회의)를 거친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하다 자민당 내 옛 ‘아베파’ 등 보수 세력 반발을 고려해 총리 개인 명의 견해를 발표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일본이 항복문서에 조인한 9월 2일 발표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선거 패배에 따른 퇴진 압박이 거세지면서 실행하지 못했다.

지지통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시바 총리가 전후 80년 메시지를 “자신의 유언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으며 현재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총재 사임 의사를 밝히며 정권의 구심력이 낮아진 상황이어서 측근들 사이에서도 “이 국면까지 온 상황에선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지통신은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전쟁을 벌이게 된 경위를 검증하는 것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비참한 전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반면 자민당 보수파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중시하며 이시바 총리의 견해 공표에 반발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하고 후대에 사죄를 계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가 70년 담화를 신격화하는 세력을 ‘전전(戰前, 2차대전 이전) 육군 장교 같다’고 말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일본의 전쟁에 찬동한 군부를 빗대 친아베 세력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통신은 또 “최근 국정 선거에서 배외주의를 연상시키는 주장이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총리가 견해 공표를 목표로 하는 배경인 듯하다”고 짚었다. 실제 이시바 총리는 7일 퇴진 표명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이 신뢰를 잃게 되면 일본 정치가 안이한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호소했다.

다만 통신은 “퇴진 직전에 찬반이 엇갈리는 견해 공표에 나서면 당내에 새로운 균열을 낳을 수 있다”면서 한 정권 간부가 “후임 총재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한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후 80년 메시지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지난번 이시바 총리가 답한 것처럼 그동안 축적된 담화에 근거해 적절하게 판단하게 되지만 전쟁을 두번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