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의 알쓸軍잡] 워리어 플랫폼으로 한층 높아진 ‘파병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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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기자
입력 2018-07-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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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부대' 14진 대원들이 육군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뒤 건물 침투 작전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육군은 지난달 25일 인천 부평구 국제평화지원단 대연병장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군사협력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4진에 ‘워리어 플랫폼’을 처음으로 적용했습니다. 워리어 플랫폼은 개인 전투원의 방호력과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전력지원체계를 뜻합니다.

아크부대에 보급된 워리어 플랫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이나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 등에서 사용 중인 장비와 민간에서 개발한 우수상용품으로 구성됐습니다.
 

[육군의 워리어 플랫폼 개요. 사진=육군 제공]


야간투시경이나 피아식별(IFF) IR라이트 등을 간편하게 장착할 수 있는 기능성 방탄헬멧, 주요장기만 방호하도록 최소면적으로 설계해 활동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인 방탄복, 조준경·3배율 확대경·표적지시기 등 총기부착용 광학장비를 비롯한 총 18종류의 장비입니다.

육군이 국내 부대가 아닌 아크부대에 워리어 플랫폼을 우선 적용한 이유는 특전사와 해군 UDT 등으로 구성돼 사막 전술훈련, 고공강하, 건물·항공기·선박 대테러작전, 해상침투 등 UAE군과의 강도 높은 연합훈련으로 유의미한 시범운영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입니다.

외국에 파병되는 부대는 대한민국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른 나라와 연합임무를 수행하는 파병부대의 장비는 국방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파병부대의 장비는 우리 국격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걸프전 국군의료지원단. 사진=국방부 제공]


◇ 강산이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던 개인 장비

베트남전 이후 우리 군이 최초로 파병된 시기는 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걸프전 때입니다. 유엔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우리 군은 다음해 1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의료지원을, 2월 24일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공군수송지원 임무를 맡았습니다.

당시 파병부대인 국군의료지원단과 공군 제56항공수송단 비마부대의 경비를 담당하는 특전사 등에 보급된 장비는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전투복은 미군을 따라 만든 사막 6색 위장무늬로 형태가 초코칩 쿠기와 비슷해 일명 ‘초코칩’이었습니다.

그러나 방탄복은 우리 군 고유의 얼룩무늬(우드랜드)였습니다.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 없었습니다. 방탄헬멧은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사용해 1980년대에 도태시킨 M1 철모 디자인에 재질만 합성수지로 바뀐 것에 불과했습니다. 방탄 성능도 M1에서 나아진 게 없었죠.
 

[서희·제마 부대원들. 사진=연합뉴스]


전쟁이 2월 25일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항복 선언으로 사실상 끝이 난 게 천만다행입니다. 3일 뒤 공식적으로 종전이 선언됐습니다. 우리 군은 현지에서 후속 지원 임무를 수행하다가 4월 7일 복귀했습니다.

그 이후 1993년 소말리아, 1995년 앙골라, 1999년 동티모르, 2002년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 장병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국제평화활동에 전념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줄 개인 장비는 여전히 1990년과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던 개인 장비 체계가 자이툰 부대가 창설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3년 5월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재건지원을 위해 의료지원단인 제마부대와 건설지원단인 서희부대를 파병했습니다.
 

[2004년 10월8일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원들이 긴급상황 대비 출동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이툰 부대 이후 시작된 변화

그러다 미국이 더 많은 병력의 파병을 요청하자 사단규모(약 8000명)인 자이툰 부대가 조직됐고 2004년 9월 이라크로 향하게 됐습니다. 기존 서희·제마부대는 자이툰 부대에 편입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임무도 치안 유지 활동과 적대세력 공격 방어로 확대됐습니다.

급조폭발물(IED) 등 저항세력의 공격 가능성이 커지자 개인 장비 개선의 목소리가 커졌고 신형 방탄헬멧(프리츠형)과 사막 4색 위장무늬인 신형 방탄복이 지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신형이라고 불리기는 했으나 사실 1990년 미군에 보급되던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자이툰 부대에서 민사작전 경호를 맡은 특전사 대원들도 모두 똑같은 장비를 착용했다는 점입니다. 신형 방탄복과 방탄헬멧은 방호력은 높지만 너무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빠른 기동성을 갖춰야 하는 임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보급된 장비와 상용장비를 착용한 자이툰 부대원.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게다가 탄입대는 여전히 몰리방식으로 방탄복에 부착하는 형태가 아니라 탄띠에 결합하는 형태로 보급됐습니다. 이런 탓에 방탄조끼에 탄입대가 장착된 탄띠를 착용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전사를 중심으로 상용장비를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2007년 레바논 남부 타르지역 안정화를 위해 파병된 동명부대와 2010년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 산업 지원을 위해 파병된 오쉬노부대까지 이어졌습니다.

우리 군이 선진국 군대와 비슷한 수준의 장비를 갖추게 된 건 4~5년 전에 불과합니다. 그사이 또 성능이 향상된 장비들이 개발돼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간극을 워리어 플랫폼이 점차 메워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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