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야 받는 생산세액공제…10년 이월해도 당장 지원은 한계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적용 대상 확대와 적자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관련 보완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현대자동차그룹과 만나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도입 문제 등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 6대 분야에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2036년까지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한 물량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생산지역에 따라 공제액을 차등 적용해 비수도권 우대지역에는 최대 1.5배의 혜택을 부여한다.
문제는 기업의 수익성에 따라 지원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생산세액공제는 기업이 납부해야 할 법인세 등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생산량이 많아 공제액이 발생하더라도 적자로 납부할 세금이 없다면 해당 연도에는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지 못한 공제액을 최대 10년간 이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장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향후 흑자로 전환하면 누적된 공제액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월공제는 미래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수단일 뿐 현재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크고 생산시설 가동 이후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기업은 지원 효과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직접 보조금 지급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적자 기업에 보조금을 먼저 지급하고 향후 생산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때 해당 금액을 차감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기업이 흑자로 전환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정부가 초기 위험을 일부 분담하자는 취지다.
해외에서는 세액공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다. 미국은 배터리와 태양광·풍력 관련 부품 등 일정 품목의 현지 생산을 지원하면서 세액공제를 현금화할 수 있는 직접지급과 양도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제액을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제3자에게 양도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기차 수입 늘자 국내 생산지원 절실…직접보조금 병행론
국내에서도 생산단계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소비자의 차량 구매 부담을 줄여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반면 생산지원은 국내 공장과 부품 공급망을 유지하고 생산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수입 차량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생산 증가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세액공제를 통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일 경우 국내 생산시설 유지와 부품업계의 일감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적자 기업에는 세액공제만으로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기 어려운 만큼 직접 보조금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정 부담과 지원 대상 선정도 과제다. 직접 보조금은 기업의 수익성과 관계없이 자금을 공급할 수 있지만 지원 효과가 불확실한 사업까지 재정이 투입될 수 있다. 생산량과 국내 투자, 고용 유지 등 구체적인 지원 요건을 마련하고 성과를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결국 생산세액공제 확대뿐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적자 기업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 가장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도 "재정적 지원을 하면 살아날 기업이라면 보조금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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