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외공관 재외국민 보호 등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와 감금·납치 등의 피해를 본 우리 국민은 2023년 17명에서 2024년 220명, 지난해 504명으로 급증했다. 3년간 피해자는 총 741명이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인 대학생이 현지 범죄단지에서 고문 끝에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교부 본부와 주캄보디아대사관은 피해가 날로 흉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2023년 12월부터 파악하고도 여행경보 상향을 미뤘다.
2024년 9월에는 규정에도 없는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사관이 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이유로 설명 시점을 미루자 외교부도 이를 받아들였고, 경보 상향은 다시 무산됐다.
지난해 4월 외교부 내부에서 경보 상향을 추진했을 때도 관련 부서가 캄보디아 전역, 특히 수도 프놈펜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담당 부서는 이를 경보 상향 자체에 반대하는 뜻으로 이해해 절차를 중단했다.
결국 여행경보가 상향된 것은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피해가 본격화한 지 약 2년이 지난 지난해 9월이었다. 대학생 사망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 한 달 뒤였다.
범정부 대응 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매달 최소 8명에서 최대 27명, 총 16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외교부는 2024년 9월 페루와 지난해 3월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등을 가동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취업 사기에 대해서는 국가위기나 해외 위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가동을 검토하기 위한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감사원은 재외국민 보호 업무를 해태한 당시 외교부 본부 국장과 과장 등 3명에게 경징계 처분을 하도록 요구했다. 여행경보 상향을 적극적으로 건의하지 않은 주캄보디아대사관 관계자 1명에 대해서는 향후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여행경보 조정이 지연된 사례는 캄보디아에만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이 202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재외공관 건의로 여행경보를 수시 조정한 54건을 분석한 결과, 16건은 조정까지 15일 이상 걸렸다. 이 가운데 9건은 30일 이상 소요됐다.
재외공관과 영사안전콜센터 간 역할 분담에도 허점이 확인됐다. 최근 3년간 신고된 사건·사고 15만7859건 가운데 34.5%인 5만4474건이 재외공관에 직접 접수됐다. 이 중 약 60%는 분실이나 출입국 문의 등 콜센터에서 정보 안내나 통역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이었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여행경보 조정의 협의 사항과 방법, 처리 기한 등을 지침으로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영사안전콜센터와 재외공관 간 연락망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영사조력이 가능한 범위도 구체적인 사례와 매뉴얼을 통해 국민에게 안내하도록 요구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에 따라 필요한 검토를 거쳐 재발방지책 및 제도 개선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외교부는 "적시성 있는 여행경보 발령, 재외공관과 영사안전콜센터 간 명확한 역할 분담 및 영사조력 범위 구체화 등을 위해 필요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관계부처 및 재외공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재외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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