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원가 뛰고 소비 식는데…담합 조사까지 덮친 식품업계

 
사진김현아 산업2부 기자
[사진=김현아 산업2부 기자]

지난 3월 12일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는 나란히 일부 라면 제품의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뒤였다. 그로부터 7개월여가 흐른 지난달 28일, 이들 4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라면 가격을 사전에 협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식품업계는 요즘 가격표 하나 바꾸기도 조심스럽다.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가 오르는 동안 내수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성과를 낸 기업과 달리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업체의 사정은 더 팍팍하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등을 돌릴까 걱정이고 그대로 두면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정부의 물가 안정 요구까지 겹치면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경영진의 셈법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담합 조사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더해졌다.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은 지난달 김치·두부·즉석밥·장류 등 주요 가공식품을 들여다본 데 이어 라면업계로 조사 범위를 넓혔다.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맞췄는지 뿐 아니라 할인 판매를 부당하게 제한했는지도 쟁점이다. 식품회사 입장에서는 출고가격은 물론 판촉 정책과 거래 과정까지 다시 설명해야 하는 셈이다. 조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내부 자료 검토와 소명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위법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기업의 경영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기업의 어려움이 담합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올해 설탕·밀가루·전분당 시장에서는 실제 가격 담합이 적발돼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됐다. 원가가 오를 때는 가격을 함께 올리고, 내릴 때는 인하를 늦추기로 한 행위는 소비자가 감당할 부담을 기업의 이익으로 돌린 것이다. 먹거리는 매일 사야 하는 상품이다. 그 가격을 짜고 올렸다면 그만큼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담합을 엄단하는 일과 정상적인 가격 결정을 구분하는 일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경쟁사가 몇 곳 안 되는 시장에서는 한 기업의 가격 조정을 다른 기업이 뒤따를 수 있다. 같은 원재료를 쓰고 비슷한 비용 충격을 받는다면 조정 시기가 겹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가격표가 비슷하다는 사실과 서로 가격을 맞추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공정위도 그 차이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2012년 라면업체에 부과한 1354억원의 담합 과징금은 대법원 판단을 거쳐 결국 취소됐다. 당시 법원은 정보교환 등의 정황만으로 가격 합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금은 경쟁에 민감한 정보교환을 규율하는 법 조항이 새로 마련돼 과거 사건과 판단 기준이 같지는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의혹과 입증, 정당한 가격 추종과 위법한 정보교환을 세밀하게 가려야 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청할 수는 있다. 공정위가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것도 마땅한 책무다. 문제는 기업이 원가 부담을 설명해도 인상 자체가 비난받고, 가격 조정 시기가 겹치면 담합이라는 의심부터 받는 분위기다. 이런 환경에서 가격 결정이 사실상 눈치 보기로 흐른다면 소비자에게도 건강한 경쟁이 돌아오기 어렵다. 정당한 신호 전달마저 왜곡되는 시장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가격 인상을 호소하기 전에 원가 구조와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경쟁사와의 부적절한 정보교환을 차단해야 한다. 정부 역시 가격 조정을 곧 불공정행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일보다 앞서서는 곤란하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가격 동결을 위한 압박이 아니라, 기업들이 담합 없이 경쟁해 합리적인 가격을 만들어내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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