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출발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끝나기가 무섭게 출발선 맨 앞에 서 있던 어린아이들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순위를 매기는 대회도, 1등에게 주어지는 상금도 없었지만 아이들의 발걸음은 누구보다 빨랐다.
대회 코스를 안내하는 진행요원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빨리 걷느냐고 묻자 말없이 수줍은 미소만 지었다. "재미있어서 그러는 거냐"고 다시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소풍을 나온 듯 들뜬 모습이었다.
이날 아주뉴스코퍼레이션이 주최한 '2026 제2회 한강 걷기대회'는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가을 한강을 즐기는 자리였다.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대회는 반포 세빛섬 야외무대를 출발해 동작대교 남단과 반포천교를 지나 한강나들길을 거쳐 다시 세빛섬으로 돌아오는 5㎞ 코스로 마련됐다.
출발 신호가 울린 뒤에도 참가자들의 걸음에는 정해진 속도가 없었다. 앞서 나간 아이들처럼 빠르게 걷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천천히 걸으며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코너를 돌아 한강나들길에 접어들자 일부 참가자들은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벤치에 앉아 잠시 경치를 구경했다.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보다 걷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오가는 대화도 제각각이었다. 중장년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고추장아찌를 맛있게 담그는 방법을 놓고 저마다의 비법이 오갔고, 젊은 남성 참가자들은 최근 관심이 높은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부모들에게는 걷는 시간이 곧 대화의 시간이기도 했다. 서울 상계동에서 온 박정혜(50세, 여)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박 씨는 "아이들도 평소 자주 걸어서 5㎞ 정도는 익숙하다"며 "이렇게 함께 걸으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까는 아들이 길에 있는 풍향계가 왜 달려 있는지 물어봐서 설명해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곁에 있던 아들도 "날씨가 너무 포근해서 좋다"고 웃어보였다.
한편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내국인 약 2500명과 외국인 약 500명 등 총 3000여명이 참가했다. 한강의 가을 정취를 즐기며 건강한 걷기 문화를 확산하고, 국적과 세대를 넘어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아주뉴스코퍼레이션이 단독 주최하고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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