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10명 중 3명은 최근 한 달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 소주 대신 탄산수를 마시고, 회식이 끝나면 2차 대신 집으로 향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을 줄이는 것은 물론, 술자리 자체를 다른 여가 활동으로 대체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건강과 지출 부담, 달라진 여가 생활이 맞물리면서 2030세대의 음주 문화가 변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가 지난 8월 전국 20~3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 주류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내 술을 마신 응답자는 67.2%로, 2024년 조사보다 4.9%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한 달 내 술을 마신 경험자의 월평균 음주 횟수도 6.40회로 같은 기간 0.64회 줄었다.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과 월평균 음주 횟수가 모두 감소했다.
국내 주류 시장 전체에서도 감소세가 나타난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주류 총출고량은 298만8000킬로리터(KL)로, 2015년 380만400KL보다 약 21.5% 줄었다. 연간 총출고량이 300만㎘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이다. 그러나 출고량은 말 그대로 출고된 주류의 양을 뜻하는 만큼, 이를 개인의 실제 음주량과 동일하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젊은 세대는 왜 술을 덜 마시게 됐을까.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음주를 줄인 이유로는 건강 중시가 28.6%로 가장 많았다. 경제적 부담이 27.9%로 뒤를 이었고, 술을 대신할 선택지가 늘었다는 응답도 18.8%를 차지했다. 술을 줄이는 배경에 건강 관리뿐 아니라 지출 부담과 여가 방식의 변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출근 전 새벽부터 하루를 마무리하는 늦은 밤까지, 서울 곳곳에서 달리며 하루를 채우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부쩍 늘어난 '러너'들을 보면 2030 세대가 건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는 대신 러닝이나 다른 운동을 즐기는 모임도 확연히 늘었다. '러닝크루'도 이 예시이다.
건강과 컨디션 관리에 대한 관심은 음주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술을 마신 뒤 숙취로 다음 날 일상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수요가 대표적이다. 술자리에 참석하더라도 반드시 취할 때까지 마실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음주 여부와 양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소비자도 나타나고 있다.
술을 덜 마시는 현상은 술자리 참석 대신 무엇을 선택하는지에서도 드러난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직장 회식을 대체한 활동으로는 영상 시청이 50.7%로 가장 많았고, 혼술을 대신하는 활동에서도 영상 시청이 42.9%로 1위를 차지했다.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던 자리가 영상 시청이나 휴식 등 다른 활동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주류업계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거나 음주량을 조절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무알코올 주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무알코올 주류를 마셔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7.4%로, 2024년의 64.2%보다 13.2%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한 달 내 무알코올 주류를 마신 비율도 33.3%에 달했다. 무알코올 주류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 32.5%로 가장 많았고, 술자리 분위기를 함께 즐기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23.3%, 건강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21.2%, 숙취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19.2%로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음주 감소가 주류에 대한 관심 자체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같은 조사에서 주종별 음용률은 전반적으로 낮아졌지만 라이트 맥주류와 일부 신제품 소주, 위스키·브랜디 원액류는 오히려 음용률이 상승했다. 술을 마시는 빈도는 줄이면서도 특정 제품을 새롭게 경험하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류를 찾는 소비가 나타난 것이다. 다만 일부 주종의 성장만으로 프리미엄 주류 시장 전체가 확대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달라지는 것은 술을 마시는 양만이 아니다. 건강과 지출을 고려해 음주를 조절하고, 술자리 대신 다른 여가 활동을 선택하며, 마실 때는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주류업계에도 단순히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를 넘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술을 무조건 멀리하거나 무조건 즐기는 대신, 마실지 말지부터 무엇을 마실지까지 스스로 선택하는 문화가 젊은 세대의 음주 풍경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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