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AI자금줄] 6.5GW 발표했지만 착공률은 6%…국내 AIDC '자금 가뭄'

  • 5개사 목표 6.5GW 중 착공 410MW…SK하이퍼는 1단계 5GW 중 울산 100MW뿐

  • 추가 조달액 600조원인데 확정 고객 없으면 '후순위'…임차 계약 있는 사업만 자금 붙어

울산시 SK 관계자들이 울산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울산시와 SK 관계자들이 울산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국내 주요 기업이 발표한 AI 데이터센터(AIDC) 용량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비중이 올해 기준 6%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AIDC 착공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국내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수백조원대 자금 조달 부담이 겹친 영향이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SK하이퍼, KT, 네이버, LG유플러스, 카카오 5개사가 내놓은 AIDC 목표 용량은 모두 합쳐 약 6.5GW(기가와트)다. 이 가운데 착공했거나 가동 중인 용량은 410MW(메가와트)로 착공률은 6.3%다. 전체 목표의 77%를 차지하는 SK하이퍼는 2029년 1단계 5GW 개소를 목표로 하지만 지난해 8월 착공한 울산 약 100MW(2%)가 전부여서 평균을 끌어내렸다. SK하이퍼를 뺀 4개사도 목표 1.48GW 중 21~27%만 착공했다.
 
회사별로 보면 KT는 2031년까지 1GW를 짓겠다는 목표 아래 안산 50MW와 군산 60MW(최대 300MW까지 확장 가능)를 착공했고, 가산 40MW가 가동 중이어서 착공률이 11~15%다. 인천 청라 50MW는 올해 4분기 착공이 예정돼 있다. LG유플러스는 파주 200MW를 짓고 있으며 1동을 2027년 6월 준공할 계획이어서 착공률이 가장 높다.
 
네이버는 각 세종 200MW 확장 계획 가운데 초기 55MW 단계로 2028년까지 200MW로 늘릴 계획이며, 카카오 남양주 80MW는 아직 계획 단계다.
 
글로벌 AI 인프라 자금의 58%가 집중된 미국도 착공률이 30% 수준으로 저조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에포크AI에 따르면 오픈AI '스타게이트'는 미국 7개 사이트 약 9.6GW 중 9.3GW(97%)가 착공에 들어갔고 0.3GW가 가동 중이다. 텍사스 애빌린은 8개 동 중 4개 동이 가동 중이며 올해 4분기 완공이 목표이고, 나머지 주요 사이트의 완공 목표는 2028년 4분기다. 5개사가 착공한 410MW는 스타게이트 뉴멕시코 사이트 하나(2.2GW)의 19% 수준이다. 메타의 루이지애나 하이페리온은 최대 5GW 규모로 건설 중이다. 투자액은 500억 달러를 넘었고 전체 완공은 2032년께다. 아마존의 인디애나 사이트는 2.2GW 중 약 1GW가, xAI 콜로서스2는 약 2GW 중 약 0.95GW가 이미 가동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시그라인 클라이밋은 올해 가동 예정인 AIDC 16GW 중 건설 중인 용량이 5GW(31%), 내년 가동 예정 21.5GW 중 6.3GW(29%)라고 집계했다.
 
국내 AIDC의 착공이 더딘 배경에는 자금 조달이 있다. IT업계에 따르면 1GW 구축비는 80조~90조원 수준이다. 5개사가 목표를 채우려면 추가로 600조원에 달하는 액수를 조달해야 한다.
 
조달이 어려운 첫째 이유는 사업 주체가 낼 수 있는 자기자본이 필요액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이 2030년까지 SK하이퍼에 출자하기로 한 금액은 7500억원이다. SK하이퍼가 1단계 5GW에 필요하다고 밝힌 약 462조원의 0.2%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데 SK하이퍼는 올해 말~내년 초에야 첫 외부 자금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는 대출기관의 기준이다. 금융 법률 분석 매체 클리어리 시큐리티스 워치에 따르면 대출기관은 신용도 높은 임차인과 장기 임대계약을 맺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돈을 대고 있다. 즉 국내 SK텔레콤의 울산 100MW AIDC의 경우 AWS라는 고객을 확보한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했지만, 다른 프로젝트들의 경우 확정된 고객이 없어 투자기관들도 후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이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력 확보도 변수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한국에서 전력 접근성이 데이터센터 개발과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제약이며 수도권 전력망 한계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반면 임차 계약을 확보한 사업에는 자금이 붙었다. 착공률이 가장 높은 LG유플러스 파주는 5개 동 가운데 1동의 계약을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 포항 40MW AIDC는 NHN클라우드가 16MW를 선임차하기로 하면서 은행 대출 4500억원을 포함한 6000억원 조달을 마쳤다고 SC캐피털이 지난 1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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