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계좌에 900만원 넣으면 148만5000원 돌려준대." 연말정산을 두 달여 앞둔 이맘때면 어김없이 도는 얘기다.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납입액의 일부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세액공제'가 대표적인 절세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숫자만 믿고 무리하게 목돈을 넣었다간 '환급 기대'가 '현금 부족'으로 돌아올 수 있다.
17일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귀속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돌려받은 근로자는 1485만4954명이었다. 이 가운데 74.6%는 환급액이 100만원 이하였다. 1인당 평균 환급액은 84만7000원이었지만, 중위 환급액은 36만7000원에 그쳤다. 다만 이는 모든 공제와 원천징수액 등을 반영한 최종 환급액으로, 연금계좌 세액공제 효과와는 구분해야 한다.
148만5000원이 나오는 계산의 경우 연금저축은 연간 600만원, IRP를 합치면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6.5%, 초과자는 13.2%다. 900만원을 모두 채우면 각각 최대 148만5000원과 118만8000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공제 가능액'과 '실제 환급액'이 다르다는 점이다. 세액공제는 내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다른 세액공제를 반영한 뒤 연금계좌 공제를 적용하기 전 세액이 50만원이라면, 900만원을 넣더라도 추가로 줄일 수 있는 세금은 최대 50만원이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300만원만 납입해도 최대 49만5000원의 세액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홈택스 연말정산 미리보기로 예상 세액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금융권도 연말 절세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2월 11일까지 '2026년 연말 절세 Festival'을 진행한다. 일임형 ISA나 연금저축펀드에 1000만원 이상 신규 가입하거나 계좌를 이전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제공한다. ISA 만기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거나 추가 납입한 고객에게도 경품이 지급된다. 다만 이벤트 참여 기준과 세액공제 한도는 별개다. 기존 계좌 이전금액 역시 새로운 세액공제 대상 납입액과 구분되는 만큼 실제 절세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세금 관리도 확대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개인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제작할 수 있는 '칸바스(Kanva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연말정산이나 세금 신고 등 복잡한 업무를 AI가 지원하는 맞춤형 절세 서비스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변수는 '출구'다. 연금계좌를 중도 해지하면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원금과 운용수익에 원칙적으로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액공제율과 같은 수준이다. 특히 IRP는 법정 사유가 아니면 중도인출이 제한돼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때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연말정산 절세 전략의 핵심은 공제 한도를 무조건 채우는 것이 아니다. 예상 세액을 확인하고, 절세 효과에 맞춰 납입액을 정한 뒤 중도에 쓸 돈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연금계좌는 노후를 위한 장기 자산관리 수단이지 연말 '단기 환급 이벤트'가 아니다. 환급액보다 먼저 따져볼 것은 내 통장의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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