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이 본 바이오의 미래] "국가 차원 의료데이터 수집·활용 체계 필요"

  • '2026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 제주서 개최

  • 석차옥 "분자 설계는 아이디어·GPU 싸움… 승부처는 사람 단위 의료데이터"

  • 스테파노풀로스 "AI·자동화 결합하면 대사공학 도약… 해법 현장 전문가가 찾아야"

사진이효정 기자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2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 AI를 활용한 단백질·분자 설계와 신약 개발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사진=이효정 기자]
사진이효정 기자
스테파노풀로스 교수는 2일 학술발표대회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미래 바이오 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이효정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의 경쟁이 분자 설계를 넘어 환자·임상 등 사람 단위 의료 데이터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국내에는 이를 뒷받침할 의료 데이터와 활용 체계가 부족한 만큼, 국가 차원의 수집·연계 기반을 마련해야 AI 신약이 실제 치료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석차옥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는 2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검증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수준과 사람 수준의 의료 데이터가 국내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국가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 "분자 설계는 아이디어·GPU 경쟁… 다음 단계는 의료 데이터"
석 교수는 AI 신약 개발을 분자 설계와 치료 효과 예측·검증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분자 수준에서는 데이터가 더 이상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분자 수준의 모델링에서는 데이터의 종류와 규모가 모델 간에 크게 다르지 않다"며 "알파폴드 역시 이전 경쟁 그룹들과 비슷한 공개 데이터를 활용했고 지금은 AI가 생성한 증류 데이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단계의 분자 설계는 데이터 경쟁이라기보다 아이디어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계산 자원의 경쟁에 가깝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설계한 물질이 실제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려면 세포·조직·인체 수준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석 교수는 "이 영역은 아직 AI 모델이 산업 전반을 주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며 "더 발전하려면 국가적인 데이터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던 질환에 도전하려면 데이터 융합이 필수라고 봤다. 석 교수는 "갤럭스는 현재 생물학적으로 어느 정도 검증된 질환과 표적에 분자 설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기존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려면 분자 수준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고 바이오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가 함께 연계되는 AI 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신약의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석 교수는 "AI로 처음부터 설계하는 드노보(de novo) 방식의 항체들이 이미 신약 개발 단계에 들어가 있다"며 "지금 개발 중인 물질 가운데 몇 년 뒤 신약으로 만날 수 있는 후보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일으키는 변화는 신약 개발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기보다 과학기술 전반에 AI가 확산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석 교수의 의견이다. 인재 양성에 대해서는 "각 학문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할 핵심 지식을 선별해 융합 교육과정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AI와 전문 분야를 함께 이해하는 '양손잡이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진이효정 기자
그레고리 스테파노풀로스 미국 MIT 교수와 석차옥 서울대 교수가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이효정 기자]
◇ 스테파노풀로스 "AI·자동화 결합하면 대사공학 도약… 해법은 현장에서"
대사공학 분야를 개척한 그레고리 스테파노풀로스(Gregory Stephanopoulos)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미래 바이오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는 AI와 자동화의 결합이 바이오제조의 도약을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파폴드처럼 대사공학에서도 AI 기반 도약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AI와 자동화가 결합하면 큰 발전이 가능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로봇으로 다양한 후보를 시험하고, 그 데이터로 머신러닝 모델을 계속 재학습시키는 설계·구축·시험 사이클은 상당 부분 자동화될 것"이라며 "이미 아는 영역에서 출발해 데이터가 부족한 영역으로 탐색을 넓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균주 성능 개선과 대사공학은 물론 약물 후보물질 설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I가 산업 전반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그는 "AI가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높지만 어느 분야에서 먼저 일어날지는 아직 누구도 알기 어렵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많은 신약 개발은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말했다.

현장 전문가의 역할도 강조했다. 스테파노풀로스 교수는 "바이오리파이너리 공정의 수소화 단계나 고분자의 해중합 단계처럼 AI 활용에는 범용 해법이 없고, 각 분야 전문가가 자기 공정에 맞게 찾아가야 한다"며 "컴퓨터과학자와 바이오 전문가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어 서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AI STAR(AI Integrated Sustainable Transformations for Advanced Robust Biotechnology)'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초청돼 바이오테크놀로지(BT) 분야의 주요 현안을 폭넓게 다룬다.

국제세션에서는 융합 바이오공학, 바이오파운드리 기반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기술, 세포 미세환경 제어의 기술과 응용 등이 주요 주제로 구성됐다.

국내세션으로는 부문위원회 주관 세션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 기반 세포배양공학, 온실가스 저감 생명공학, 차세대 암 치료를 위한 세포·유전자공학 및 정밀전달기술, 단백질 나노케이지 공학, 지속가능 바이오자원 전주기평가(LCA), AI 기반 바이오제조 심포지엄 등이 운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